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Feb 28. 2024

홀로 애써 준 아들에게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지? 

'저는 엄마 아빠처럼 못해요'라고.


아픈 어른을 돌보고 보살피는 과정을 보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얘기했었지. 그러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하하. 그 누구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은 아닐 거야. 아픈 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고 누군가는 보살펴야 하는 현실이 되지.


엄마아빠처럼 못한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그 일이 너의 몫이 된듯해서 고맙고 미안하다. 일하는 엄마아빠를 대신해서 시간 조정이 가능한 네가 보호자 역할을 해주니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오늘도 편의점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종일 동행하느라 애썼다.




왜 엄마아빠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지. 형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형제들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을 때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사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고 가끔은 얄미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가만 생각해 보니, 모두 각자의 삶을 살면서 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형제들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봤어. 엄마는 친정이 멀어서 자주 못 가고 있어. 그리고 똑같이 보살펴야 할 처지에 있는 외할머니를 전혀 돌봐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엄마의 형제들은 엄마를 원망할까? 그렇지 않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거야. 엄마는 외할머니를 보살펴주는 다른 형제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엄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야.


입장 바꿔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살펴야 할 아빠의 형제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 멀리서 마음은 있어도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엄마 아빠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보살피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 가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표현해 주면 좀 더 힘이 날 텐데, 그런 부분이 아쉽긴 해. 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가까이 살면서 보살피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멀리 사는 형제들이 뭘 할 수 있겠니? 




일하는 엄마 대신 너희 남매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자. 함께 사는 동안 얼마나 예쁨 받으며 자랐는지 생각해 봐. 우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드려야 하지 않겠니?


엄마 아빠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어. 그런 시간 중에 아들이 도와주니 든든하고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 너에게 그런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는데 현실적으로 자꾸 도움을 받게 되는구나. 


누구보다 아픈 당사자가 제일 힘들다는 거 알잖아. 더 좋아질 수 없는 상황에 최선을 다해 보살펴드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해. 힘들고 지치더라도 서로 도우며 잘 이어가 보자. 오늘도 애썼다. @엄마

이전 17화 손님이 불편한 어머님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