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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Feb 21. 2024

손님이 불편한 어머님께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추워지고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떠나기 싫은가 봅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계절이 변하면서 사람에게 나이를 선물하지요.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일도 늘어나고 별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하셨지요. 몸이 아픈 것도 그렇고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도 그렇다고요. 세월이 흐르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냐며 별수 없지 않으냐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부고장을 받고도 직접 갈 수 없을 만큼 몸이 불편해진 현실을 확인하게 될 때 다시 한번 세월이 야속함을 이야기하셨지요. 대신 다녀와 안부를 전하니 두루두루 궁금했던 소식을 물으시며 속상해하셨습니다. 


며칠 전 전화로 하신 말씀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어지간하면 전화를 하지 않으시는데 오후 근무시간에 전화를 하셨지요. 뭔가 속상함이 전해졌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마음이 많이 상하신듯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 좋아하는 어머님이 왜 그러실까.. 처음에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되고 저도 많이 속상했습니다. 문제는 요실금이었지요. 오래전 요실금 수술을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된듯합니다. 


나이 들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많이 괴로운 일이겠지요. 요실금의 가장 큰 문제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지요. 집에 있으면서도 냄새에 예민해지고 가족에게도 눈치 보는 상황이 되어 몸도 마음도 많이 불편해하셨지요. 


그런 마음인데, 며칠 전 집에 온 손님이 그런 말을 하셨다지요. 그것도 직접 말하지 않고 남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여서 더 언짢아하셨지요. 냄새난다는 말을 남을 통해 듣게 되었을 때 얼마나 민망하고 기분이 상하셨을까요? 




어지간하면 전화를 자제하시는 어머님이 속상함이 커져 화가 나는 듯한 목소리로 저에게 하소연을 하시는 거 같았어요. 같은 여자 입장으로 저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 없는데서 내 흉보는 것을 확인하게 된 셈이잖아요. 앞에서 말하기 힘들었으면 남에게도 하지 말았어야지요. 없는데서 남의 이야기를 하는 그분이 잘못하신 겁니다. 더 이상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속상해하지도 마시고요.


완전하게 치료되는 것은 힘들겠지만, 약물치료받으면서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더 좋아질 수 없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활에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도록 해봐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 오는 것마저 불편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냄새에 대해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원치 않지만, 아무리 신경써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의 기능이 떨어져서 그런 걸 어쩌겠어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며느리에게 신경 쓰이고 불편한 마음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마음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살가운 성격은 못되어도 그 마음 헤아릴 줄 아는 며느리는 될 수 있으니까요. 손님은 불편해도 가족에게는 마음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면서 관리하시면 되지요. 누구나 나이를 비켜갈 수는 없습니다. 누구든 그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라도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가족 앞에서 만이라도. 기운 내세요, 어머님. @며느리드림.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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