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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무뎌진 나에게

by 단미

거리를 걷다가 예쁘게 장식된 초콜릿을 파는 곳을 지나면서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날이라고 요란스럽게 챙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날이 되면 그날에 맞는 의미를 생각해 보던 때가 있었잖아.


요즘 감정의 온도는 어떤지 알고 있니? 무뎌질 대로 무뎌져 아무것도 자를 수 없게 된 칼날처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이 잔잔한 흔들림도 없을 만큼 많이 무뎌졌다는 것을 느낀다.


감정이 무뎌진다는 것은 좀 슬픈 일인 거 같아. 마음의 동요가 사라진다는 거잖아. 날마다 비슷한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새로운 일을 만날 때도 무덤덤한 감정이 앞서는 것을 느껴. 그럴 때 보면 모든 것에 의욕이 줄어들었음을 알게 된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이렇게 무뎌진 감정상태가 될 줄 몰랐는데 말이야.


화려해진 거리를 보며 들뜬 마음이 된 적이 언제였는지,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보며 설레는 마음이 언제였는지,

누군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지,

그냥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에 감사하며 마음은 바닥에 붙이고 안주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무뎌진 감정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반사적인 느낌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생각 좀 해보자, 무뎌진 감정에 날이 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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