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고 집 앞 공원으로 나섰다. 시원한 참외와 커피 한잔과 노트북을 챙겼다. 공원에 도착하니 햇살이 뜨겁지만 그늘진 곳에서는 바람이 시원하다. 살랑이는 바람맞으며 글쓰기 참 좋다. 지나가는 주변사람들은 약간의 소음으로 방해가 되기도 하고 글쓰기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좋아 보인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어제는 글쓰기 하는 글벗을 만났다. 매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사이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1년에 한 번쯤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늘 만나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매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간 덕분일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서로 나이를 가늠하지 않는다. 어떤 주제를 말하더라도 각자의 의견을 나눌 뿐 나이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나이가 보인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내 모습의 차이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보다 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새삼스럽게 내 나이가 많음을 확인하게 된다. 평소에 나이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사람들을 만날 때 비로소 많은 나이를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분홍빛 챙모자 쓰고 기타 메고 오는 한 사람, 그 옆에 또 한 사람이 보인다. 그늘진 곳에 자리한 벤치에 서로 마주 앉는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도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기타를 꺼내서 튕기기 시작한다. 몇 번 튕기며 음을 조율하더니 반주에 맞춰 둘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귀에 익숙한 트로트다.
조용하게 한곡 두곡 부르기 시작하더니 점점 자신감 있게 신나게 부른다. 기타 소리도 좋고 노랫소리도 좋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모습과 기타가 어색해 보였는데 노래 부르는 모습이 꽤 안정적이다. 한 곡 부르고 나서 기타 코드에 대해 의논한다. 여기는 어떻게 하고 그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겠다며 각자 의견을 내놓으며 다시 부르기를 반복한다.
멋지다. 나이 들어 기타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기타를 치며 즐겼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습 자체로 멋지다. 공개된 장소에서 기타를 튕길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럽다.
카페에 가면 많은 젊은이가 노트북을 열어놓고 뭔가를 열심히 한다. 카페대신 시원한 공원에서 노트북을 열고 글쓰기 하며 외적인 나이 듦을 생각한다. 카페든 공원이든 노트북을 열고 글쓰기 하는 내 모습에 괜히 기분 좋다. 나이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용기 있고 멋진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 나이 지긋한 노부부, 시끄러운 아주머니 무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숨길 수 없는 기타 소리와 목소리를 내며 연습하는 모습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곳에 모인 모두에게 완벽하지 않은 기타 연주와 노래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나이 들었음을 느끼게 하는 경우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찾아온다. 간단한 메시지를 보낼 때 오타가 자주 보이는 경우도 그중 한 가지다. 많은 이야기를 해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 금세 생각나기도 하지만 끝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많지만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누가 뭐라든 기타 치고 노래하고 글 쓰는 것처럼, 당당하고 용기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