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친구처럼

by 단미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등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별일 없는 주말이면 운동삼아 오르기도 한다. 요즘 산에 오르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젊은 청년이거나 어린이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을 보면 괜히 미소 지어진다. 청년이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젊음의 발랄함이 전해져 덩달아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다. 엄마아빠와 함께 헉헉거리며 붉게 열기 오른 얼굴로 산에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 그리 기특할 수가 없다. 특히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작은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짚으며 거뜬하게 등산하는 모습을 볼 때는 건강함에 부러움과 존경심이 함께 따라온다.


지난 주말, 허리통증이 도져 우울한 마음을 떨쳐보려고 천천히 에 올랐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눈 내린 흔적도 없이 깨끗한데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도 눈밑에 얼음이 녹지 않아 미끄러워 위험해 보였다. 늘 가던 코스대로 조심스럽게 올라 중간 쉼터에 도착하니 할아버지 일행이 자리를 잡고 계셨다.


건너편 의자에 배낭과 스틱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할아버지 세 분이 나란히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마치 어린 시절 개구쟁이 친구들이 뭐 하며 놀까 궁리하는 모습처럼 그려졌다. 아이젠을 벗지도 않은 채, 휴대폰을 보면서 한 사람이 열심히 설명하고 다른 사람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듯 다시 묻기도 한다. 아마도 휴대폰 기능 중 어느 한 가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듯 보였다.



건강하게 산에 오르고 지하철을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사소한 일일수도 있지만, 나이 들어 일상생활을 계획한 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시장구경하며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닐 수 있고, 친구를 만나 식사하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함께 산에 오르다가 쉼터 좁은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필요한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배우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건강함이 느껴져서 아주 보기 좋았다.


젊고 건강할 때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겠지만, 나이 들면 마음을 굳게 먹어도 할 수 있는 상황보다 마음뿐일 때가 더 많다.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지난 주말 만난 건강한 할아버지 일행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나이 들었다고 겨울산은 위험하다며 집안에만 있었다면 눈 내린 겨울산의 차갑고도 상쾌한 맛을 어찌 알겠는가? 눈밑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있을 것을 대비해 아이젠을 챙길일이 뭐가 있겠는가?


건강하게 나이 들기는 나뿐만 아니라 가족모두에게 행복한 선물이다. 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매일 건강을 살펴야 할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할아버지 일행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 어릴 적 개구쟁이처럼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이 이어지길 바라며, 더불어 10년 후에도 건강하게 산에 오르는 나와 할아버지 일행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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