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대신 보살핌으로

by 단미

월요일 아침이다. 출근준비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양치를 하고 샤워기를 튼다.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머리부터 감기 위해 고개를 숙이며 허리를 살짝 구부리는 순간, 물소리를 뚫고 내 귀에 들릴만큼 우. 두. 둑. 하는 소리가 난다.


헉, 이게 뭐지? 불안한 느낌이 훅 치고 올라온다.


지난번, 허리를 숙이고 머리 감다가 삐끗한 느낌이 있었는데 진단결과 척추분리증이라고 했다. 그로 인해 고생하며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허리가 아프면 걷는 것은 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에 샤워하다 듣게 된 우두둑 소리에 불안감이 커졌다.


조심조심 씻고 겨우 출근했다. 괜찮은가 싶은 허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파스를 붙이고 견뎌봤으나 소용없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척추분리증인데 현재 상태로는 수술할 단계는 아니라고, 세수도 서서 하는 것이 좋을 만큼 허리 구부리는 것을 그저 조심하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그러니 당장 병원에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더 아프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과 퇴근시간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견디기 힘들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허리 아파서 먼저 퇴근합니다"

"허리가 왜"

"아침에 샤워하다가 우. 두. 둑. 하더니 예전처럼 다시 아파"

"ㅠㅠ"


퇴근하면서 남편과 나눈 대화다.

"파스 사가?"

"파스 붙였어"


아플 땐 이런저런 말에 대꾸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온열매트를 켜고 허리를 뉘었다.

휴~ 조금 살 것 같다.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나 보다.

현관문 버튼소리에 잠이 깼다.

저녁준비를 위해 일어났다.


"그냥 누워 있어"

"내가 할게"

"됐어"


저녁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마치고 오더니,

누구를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부실한 마누라와 사느라 고생 많다며 같이 웃었다.


예전 같으면, 아프다고 하면 걱정보다 앞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먼저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젊은 시절 이야기다. 언젠가부터 말 한마디에 짜증대신 보살핌 받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 들어 마누라 귀한 줄 알게 된 것인지, 아프다는 소리가 젤 무섭다고도 한다. 제발, 아프지 않게 잘 좀 챙기라며 타박을 주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하지 않아도 아픈 몸이 되면 서로를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프다는 말에 짜증 대신 보살핌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 이 또한 나이 들면서 변화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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