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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Aug 14. 2021

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결국 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나. 모든건 나로부터!

나는 항상 '요가하는 사람'과 '그들의 마인드'에 관심이 많았다. 요가를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은 삶도 요가 같았다. '삶도 요가 같다.'는 말을 설명하라고 하면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느낌이 그러니까. 흔히 생각하는 간결하고, 몸도 삶도 가볍고, 인자할 것 같고, 평온할 것 같고, 어려움이 와도 그러려니 할 것 같은 그런 느낌들 말이다. 요가를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요가를 오랫동안 했다는 사람들은 왠지 그래보였다.(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보였다.) 나도 알고 싶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사실 요가 TTC(Teacher Traing Course, 요가 지도자 과정)를 등록한 계기 두가지 중 하나가 요가철학이었다. 요가 철학과 생활으로써의 요가. 요가 철학을 맛보고싶었고(10주라는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오랜시간 이 분야를 공부한 전문가의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TTC의 첫번째 주, 기다리던 과제가 나에게 왔다. '요가수트라'읽기.(그렇다. 지금 부터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요가 수트라에서 얻은 것들을 내 생활과 접목해서 나만의 것으로 해석해보는 글이다.)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책이지만 사심만으로 읽기에는 너무 벽이 높고 단단한 책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빠져들었다고 이 책이 쉽다는 말이 아니다. 어렵다. 분명히 너무 어려운 책이다. 한글인데도 잘 읽히지 않아 몇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요가수트라는 요가 경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철학적, 종교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생활에 접목해서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취해보자.'라는 목적으로 책을 읽었다.




책 표지부터 다가가기 어렵게 생겼다.. 쉽지않아 절레절레




'요가 철학을 접해본다니, 요가 수트라라니.' 이런 나의 들뜸을 간파라도 한 듯 1장의 1절에서는 '언어만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으며 수행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될 수 없다.'고 적혀있었다. 나의 들뜸을 누르는 구절이었다. 1장의 1절부터 22절까지를 아우르는 주제는 "나의 정신을 제어하고 참된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정신을 제어하는 것.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정신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탐구해야한다. 내가 어떤 것에 흔들리는지. 어떨 때 잠시나마 고요해질 수 있는지 등을 알아차려야한다.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나'이며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도 '나'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피곤하라고, 무언가를 싫어하라고 지시하지않았다. 내가 상황을 피곤하게 인식했고, 타인을 혹은 무언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작은 지문 하나 찍히지 않은 아주 투명한 유리인데 내가 빨간색 필터를, 노란색 필터를, 파란색 필터를 씌워 나와 세상을 바라보니 모든 것은 왜곡되어 보이고, 그 왜곡에 의해 내가 영향을 받게된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은 모두 허상이며 진짜가 아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고 쉽게 와닿지 않는다면 주중과 주말을 생각해보자. 하루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인데 누군가가 주중과 주말이라는 필터를 씌워서 주중과 주말로 나눠 놓았다. 우리는 그 필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 주중은 일하는 날, 주말은 쉬는 날으로 인식했고 쉬는 날인 주말에 일을 하면 짜증이 나고 더 피곤하게 느낀다. 누군가가 씌워놓은 필터에 본질은 왜곡되었고 우리는 그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고통받고 있다. 이 고통도 결국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그래서 본질을 잘 봐야한다. 


본질을 잘 보려면 마음이 고요해야하고 높은 수준의 자기 객관화를 통해 진짜 나와 내 몸, 내 마음을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책에 언급되어있다. 그럴려면 수행을 해야하는데, 수행의 자질은 꾸준하게(쉬지않고) 진심을 다해 완전한 집중으로 견뎌 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 머리로는 알지만 어렵다. 생각해보면 수행에만 꾸준함, 진심, 집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필요한 요소이다. 결국 우리의 삶 자체가 수행인건가? 모르겠다. 확실한건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계점을 넘으려면 꾸준하게 해야한다. 손에 묻은 물기가 마르는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의 일은 오죽할까. 특히 불확실성이 가득한 요즘같은 시대에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존버는 성공한다고 꾸준히 나의 일을 진심으로 한다면 언젠간 될 것이라는 상투적이지만 진리에 가까운 말을 한번 더 새겼다. 요가 경전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걸 보면 우리 삶 자체가 수행이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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