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하는 일>
꽃이라고 사랑하지 않을텐가
꽃이 향기를 가지고
씨앗을 품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꽃이라고 사랑하지 않을텐가
꽃이 다가갈 수 없다고
사랑한다고 말 못해도
바람이 사랑을 날리기 때문이다
바람이라고 꽃을 사랑하지 않을텐가
바람은 꽃의 향기를 보내고
씨앗을 날려 보내고
그 대신 사랑을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바람이라고 멈추고 싶지 않을텐가
꽃을 사랑한다 해도
씨앗을 품는다 해도
멈출 수 없어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다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