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수 Sep 13. 2023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에서 중요한 한 가지

트리거와 포용적 사용자경험 디자인 


면적과 디자인의 상관관계 


사용자가 힘을 쓰는 힘의 방향, 위치 등 여러 가지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면적에 집중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면적은 버튼, 스위치, 손잡이 등 사용자의 행동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부분을 말한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거나. 손잡이를 당기면 문이 열리거나 하는 등 어떤 트리거 Trigger 역할을 하는 부분인 것이다. 


도어록 긴 영역 전체가 밀면 눌리는 푸시형 버튼이다. 물론 방향도 중요하다. 버튼을 누르면서 앞으로 나가는 행위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위 사진의 현관문 버튼이 좋은 예다. 부끄럽지만 우리 집 사진이다. 이걸 꼭 손으로만 밀까? 아니다. 보통 팔이나 몸으로 밀고 나간다. 살짝 몸에 무게를 싣고 팔로 밀면 자연스럽게 열린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 혹은 내가 방문했던 집 중에서 문을 열 수 있는 이렇게 넓은 버튼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집 자랑하는 건 아니다. 40년 된 아파트인데 임대인 어르신이 몇 년 전에 리모델링을 하셨단다. 


보통은 현관문 도어록 어느 부분인가에 검지로 누를 수 있는 작은 버튼이 달려있다. 그러다 보니 양손 가득 쓰레기봉투를 들고 가거나 짐을 옮길 때는 단계가 많아진다. 우선 짐을 잠깐 내려놓고,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그리고 문을 일단 발로 잡아 놓은 상태에서 쓰레기를 밖으로 꺼냈다. 하지만 지금은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더라도 팔꿈치나 몸으로 버튼을 밀며 나갈 수 있다. 버튼이란 꼭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손 외에 신체 여러 부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동작을 실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닐까? 작동방식에도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방향도 중요하다. 버튼을 누르면서 앞으로 나가는 행위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만약 위 버튼을 팔로 당기면서 나간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이것을 응용한 사례가 은행 ATM 기기 시설의 출입문이다. 바깥에서는 쉽게 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안쪽에서는 당기고 나가야만 한다. 혹시 모를 범죄의 위험 때문인데, 소매치기가 빠르게 나가려고 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


들어갈 때는 보통 밀어서 갈 수 있지만 나올 때는 당겨서야만 나올 수 있는 ATM 부스의 문. 안쪽으로 당겼을 때 생기는 약간의 지연효과를 위해 이렇게 설계했다. 사진 © 연합뉴스




면적과 관련된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위 사진의 버튼은 냉장고 문을 여는 버튼인데 면적 자체는 작지만 손 등으로 누를 수도 있고, 손가락 끝이나 손바닥으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문을 열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다양성이 있는 것이다. 버튼 자체의 면적도 중요하지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움직임을 제공하는 공간의 면적도 중요하다. 물론 버튼의 위치가 평균적인 여성 신장의 어깨 높이쯤이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낮은 위치에 있다면 한결 더 편리했을 것이다. 반면 아래 제품의 버튼은 서 있는 자세에서 팔이 자연스럽게 위치하는 부분에 위치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당기면 열리는 레버 방식이다. 위치가 낮아 평균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접근 가능해졌으나 손가락 끝으로 버튼을 당겨야 하는 점에서, 손을 떠는 사람들이나 손가락 끝의 힘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넓은 면적의 버튼으로 손가락의 힘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케아 이스라엘의 This ables 프로젝트다. Disable을 Thisables로 바꾼 타이틀도 재치 있다. 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은 2019년 칸 광고제 건강 및 웰니스 분야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케아 영상 속 주인공은 뇌병변장애인이다. 뇌병변장애인은 근육의 경직으로 손과 팔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영상 속 인물처럼 손가락을 전체적으로 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손끝을 이용한 세미한 조작은 불편하다. 위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엄지와 검지를 오므려서 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옷장이나, 지름이 겨우 2cm 정도나 될법한 조명 버튼이 특히 그렇다.


손가락으로 굳이 누를 필요 없이 주먹으로 터치하거나 손바닥으로 터치하거나. 버튼 면적이 넓어지니 사용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래서 이처럼 정교한 손 움직임이 어려운 사용자를 고려해 넓은 면적의 버튼과 손잡이를 새롭게 만들었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아래 제품들의 3D 모델링 파일을 오픈소스로 플랫폼에 제공하여 원하는 사용자는 누구나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다만 예전에는 홈페이지(Thisables.com)가 운영됐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보조 버튼의 모델링 파일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렸다.

이케아의 대표적인 장롱 라인업인 팍스시리즈에 부착할 수 있는 핸들은, 위 영상에서처럼 손이 아닌 팔목으로도 열 수 있도록 충분한 여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제품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부분의 면적 넓이가 확장되면 반드시 손가락을 써야 하는 제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가능하도록 돕는다. 


보통 손가락 끝으로 열어야 하는 지퍼를 넓은 면적으로 디자인한 '친근한 지퍼' 


그렇다면 특정 기능을 하는, 손이 닿는 모든 부분의 면적이 넓어야 할까? 가급적 그렇게 하기를 권장하고 싶다. 가령 애플마우스도 마우스 로고 위쪽으로는 전부 버튼 기능이 있지 않는가? 마우스 몸체의 80% 정도가 버튼이다. 자연스럽게 조형 안에 녹아든 버튼이라면 조형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제품을 쉽게 사용하고 싶은 누구나에게나 유용하다. 



그래서 모든 버튼을 엄청나게 크게 만들라는 얘기인가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용성을 고려해서 버튼을 큼지막하게 만들라는 보고서를 기업에 제공한다면, 관계자들은 모두 실없는 소리라고 비웃을 것이다. 개발비가 어떻고, 생김새는 어떻고 등등 비판이 마구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방식은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선 이케아의 사례처럼 별도 구성품으로 자유롭게 사용자들이 부착하여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애플 마우스처럼 조형 안에 버튼이 자연스레 녹아져 있는 방식이 있다. 전자와  후자를 택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후자와 같이 자연스럽게 조형 안에 녹아들어 있는 버튼이라면 조형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버튼이지만 버튼처럼 보이지 않는다. 애플 로고 위쪽 부분은 모두 클릭이 가능하다. (광고 아님)


결론. 버튼, 스위치, 손잡이 등 사용자의 행동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면적이 모두 넓어야 할까? 가급적 그렇게 하도록 권장하고 싶다. 장애인뿐 아니라 제품을 쉽게 사용하고 싶은 누구나에게나 유용한 것이 분명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