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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Dec 06. 2021

몽골사람은 뭐든 해결합니다

차도 뚝딱, 밥도 뚝딱, 뭐든 뚝딱





 몽골 사람들을 떠올리면 친절하고, 수더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몽골 여행을 하고 나면 생활력이 굉장히 강하고 뭐든지 해결해내는 해결사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몽골 여행은 흔한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야생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기댈 사람은 순전히 가이드님과 기사님 뿐이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없다. 몽골 사람은 뭐든 해결한다.


내 차는 내가 고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하고 단단해 보이는 푸르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아무래도 오프로드를 하루 7~8시간씩 달리며 혹사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이 푸르공은 회사의 차가 아닌, 기사님의 차였는데 자꾸 문제가 생겨서 안타까웠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우리의 차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신기한 것은 기사님이 직접 공구를 꺼내서 고치시는 것이었다. 보통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차고지에서 자신의 차를 직접 고치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차가 고장 나면 곧장 카센터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사님은 차 밑으로 들어가서 요리조리 뚝딱 거리시거나, 엔진을 뚝딱 거리시거나 하셨다. 그렇게 몇 분 뚝딱 거리다 보면 귀신같이 차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거시 진정한 카 오너


좋은 오지랖


 또 몽골 사람들은 누군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하루나 반나절 차이로 다양한 크루들이 비슷한 코스로 여행을 하는데, 우리도 앞 뒤로 여러 크루들이 있었다. 먼저 출발하거나, 혹은 뒤처지거나 하다 보면 앞 뒤 차를 마주칠 일이 있었는데, 대체로 차가 고장 났을 때였다. 유독 우리 차가 문제가 많아서 멈춰 있는 적이 많았는데, 다른 차들이 우리를 보고 항상 차를 멈추고 다가와서 같이 차를 봐주곤 했다. 같은 업계의 종사자들 간의 정인지, 몽골 사람들의 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한국에서도 몇 번 있었던, 도로에 과일이나 화물이 쏟아지면 우르르 나와서 주워 주던 그런 모습 같았달까?


차가 멈추면 뒤따라오던 차들이 모두 옆에 같이 멈춰섰다.


 기사님의 또 다른 능력은 인간 내비게이션처럼 최적의 길을 찾아낸다는 것이었다. 종종 우리는 길에서 멈춰서 사진을 찍고 놀고는 했는데, 그럴 때면 일정이 다소 늦춰지곤 했다. 그러나 기사님은 언제나 제시간에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주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초원에서 갑자기 핸들을 틀어서 흙밭을 가로질러 가시더니 다른 차들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했고, 테를지로 가는 길에서는 앞에 있는 차들을 무시하고는 도로 옆 비포장 도로를 달려 차들을 앞지르곤 하셨다. 그렇게 보면 자꾸 우리가 늑장을 부려서 푸르공이 혹사를 당한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결국 마지막 날에 우리의 푸르공은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염소들을 보기 위해 차를 멈추고 노는 J와 나, 샛길을 달리시는 기사님


결국 멈춰버린 푸르공


 우리를 싣고 힘차게 초원을 달리던 푸르공은 마지막 날 울란바타르까지의 여정만 남기고는 힘을 다해버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기사님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어떻게 울란바타르까지 가야 하나 했지만 우리에겐 가이드님이 있었다. 일주일간 우리를 이끌어준 가이드님은 나이는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은 앳된 소녀였지만, 누구보다도 똑 부러지고 에너지 넘치는 분이셨다. 푸르공이 멈춰버리자 곧바로 회사에 연락해 다른 차를 불렀고, 차가 오는 방향으로 걷다가 우리가 조금 힘들 찰나에 곧바로 버스를 잡아서 우리를 태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일을 해결하던 가이드님이었다.


버스를 잡아 우리를 태우고 값을 치르시는 가이드님


우리의 밥까지 책임지던 가이드님


 가이드님의 또 다른 역할은 우리의 밥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몇몇의 약속된 밥집들도 있었지만, 때때로는 약속되지 않은 밥집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가이드님은 귀신 같이 음식점을 찾아내서 우리를 먹였다. 특히나 마지막 날에는 나담 축제 시즌이라 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었는데, 마을을 전부 뒤져서 결국 밥집을 찾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식당을 귀신처럼 찾아내던 가이드님


  게다가 식당을 갈 수 없는 아침밥은 거의 매일을 가이드님이 직접 요리를 해서 우리를 챙겨줬는데, 매일 마트에서 가서 장을 보고는 다음날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밥을 차려주셨다. 문제는 우리가 술을 먹고 늦잠을 자서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 때마다 고국으로 돌아와 가이드를 하며 돈을 번다고 했던 가이드님. 그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성실하고 똑 부러지는지 알 수 있었다.


몽골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유


 아쉽게도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했던 기사님처럼, 가이드님도 우리가 국영 백화점으로 쇼핑을 간 사이 고향집으로 급하게 떠나 인사조차 하지 못했지만, 아쉽게나마 우리는 DM으로라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리가 몽골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기사님과 가이드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차문을 열고 우리를 기다리시던 기사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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