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기념품에 들어갑니다.
몽골 여행은 푸르공을 타고 하루 종일 푸르공을 이동을 하며, 관광지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쉬는 것의 반복이다. 돈을 쓸 구석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홍고링 엘스에서 낙타를 탔던 것도, 욜링암에서 말을 탔던 것도 전부 여행사에 냈던 금액에 포함되어 있었다. 숙박비, 식비, 이동비, 관광비까지 모조리 다. 그렇다고 여행사에 냈던 돈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몽골 여행에서는 도대체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몽골은 돈이 많이 필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몽골에서 돈 쓸 일은 딱 두 개뿐이다. 마트에서 군것질하는 것과 관광지나 울란바타르 시내에서 기념품 사는 것. 끝.
몽골은 정말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다. 보통 유럽을 보름쯤 다녀올라치면 항공료부터 이코노미 기준으로 기본 70만 원 이상이 들며, 비쌀 때는 150만 원까지도 든다. 아무리 항공권을 싸게 구해서 저렴하게 현지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유럽이나 미주 등의 관광국은 체류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외식 한 번 할라치면 기본 2~3만 원씩 들고, 어디 관광 한 번 하려면 몇 유로씩 깨진다. 정말 가난하게 다녀왔던 스페인이 250만 원이 들었었고, 파리에 다녀왔을 때도 그 정도 금액이 들었었다. 유럽이나 미주는 기본 200~300만 원인 것이다.
그러나 몽골은 다르다! 몽골은 일단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기 때문에 항공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조금 비싸게 다녀온 J와 내가 60만 원 정도를 지불했었고 몽골항공을 탄 다른 친구들은 더 저렴하게 다녀왔다. 여행사에 내는 돈은 인당 500불이었는데, 한화로 약 60만 원. 이걸로 모든 체류비가 끝난다. 이렇게 120만 원 외에 추가로 가져가는 돈은 모두 군것질을 하거나 기념품을 사 오는 돈이 된다.
몽골의 화폐는 투그릭
울란바타르를 떠나기 전, 우리는 은행에 들렀다. 거기서 우리가 가져간 달러를 투그릭으로 환전했다. 몽골의 화폐인 투그릭은 국내에서 환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달러를 가져가야 한다. 몽골에서는 달러의 가치가 꽤나 높다. 보통 환율이 0.4투그릭당 1원이기 때문에 내가 샀던 큰 낙타 인형이 15,000원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35,000투그릭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마트 가서 장 보기
우리의 하루 일과는 항상 마트에서 시작했다. 그날그날 일용할 양식을 사기 위해, 저녁에 마실 술과 안주를 사기 위해. 마을에 들르면 무조건 마트를 갔다. 사실 마을을 떠나면 더 이상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들러야 하기도 했다. 우리는 돈을 조금씩 각출해서 군것질을 했는데, 역시나 총무는 내가 맡았다. 보통 아이스크림도 사고, 음료수도 사고, 술도 많이 샀다. 콜라는 이상하게 맛이 조금 달랐는데, 아무래도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몽골의 물가는 그렇게 높지 않아서 한 봉지를 사도 생각만큼 돈이 많이 나가지는 않았다. 한국의 마트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을 보고 노심초사했지만, 막상 마지막 날에 보니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어 놀랐다.
가끔씩 마주치는 기념품샵
몽골을 떠돌다 보면 가끔씩 기념품샵을 마주치게 된다. 그때를 대비해서 항상 작은 동전주머니에 투그릭을 꾸깃꾸깃 넣어 다녔다. 우리가 기념품샵을 만난 곳은 바얀작과 욜링암. 관광지의 입구에 몽골분들이 좌판을 펼쳐놓고 직접 만든 기념품을 파신다. 전에 봤던 낙타 인형들도 있고, 그림이나 돌, 조각, 장신구들도 많다. 몽골의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서 기념품도 저렴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비싼 것들도 있으니 무작정 사는 것은 위험하다. 직접 손으로 만드신 물건들은 그래도 값이 꽤 나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기념품들은 울란바타르 시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니 맘에 드는 게 있다면 놓치지 말고 살 것을 권한다.
저렴하게 다량으로 구매하고 싶다면 국영백화점으로!
그러나 저렴한 기념품들을 대량으로 사고 싶다면 그 유명한 국영백화점으로 가면 된다. 몽골은 백화점이 딱 하나 있다는데, 그게 울란바타르 시내에 있는 국영백화점이다. 여느 백화점처럼 크고 깨끗하고 상품도 많았다. 관광지에서 만났던 아이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념품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작고 저렴한 아이들이 많아서 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좋은 물건이 많았다.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기념품을 사고 여행을 마치기에 좋은 곳이었다.
캐시미어가 필요하세요? 그럼 돈을 많이 챙기세요
아 참, 몽골에서 유일하게 돈이 많이 필요한 곳이 있는데, 바로 캐시미어 물품을 파는 곳이다! 울란바타르에 도착하게 되면 관광코스처럼 캐시미어 전문 매장에 들르게 되는데, 이건 가이드님의 상술이 아니라 기회라고 봐야 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캐시미어 물품을 몽골처럼 저렴하게 파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캐시미어는 몽골이 유명하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파격적인 가격까지는 아니라서 돈이 꽤 필요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다. 나는 캐시미어를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돈이 없어 구매하지 못했지만, 혹여나 나중에 다시 간다면 반드시 캐시미어를 긁어오리라 다짐하고 또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 아쉽다, 캐시미어!
결론적으로, 캐시미어를 제외하면 몽골은 다른 여행지들에 비해 돈을 많이 쓰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다. 그렇기에 두 번, 세 번 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물론 막상 따져보면 경비가 저렴한 만큼 숙소나 식사가 만족스럽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