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에 초원을 한창 달리던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무지개다!
비몽사몽 하던 나와 아이들은 급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 있었다. 그러나 하나가 아니었다. 쌍무지개였다. 살면서 처음 보는 쌍무지개였다. 기사님은 우리의 소리를 들었는지 차를 멈추고 우리를 내려주셨다. 우중충한 하늘 위에 뜬 쌍무지개. 빗방울도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지만 우리는 좋았다. 아름다운 쌍무지개는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롤러코스터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에서의 시간은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뒤돌아보면 그때의 그 무지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무지개가 떴던 날 하늘도 흐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던 것처럼, 몽골에서의 여행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양고기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게르에서의 밤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심지어 심하게 흔들리는 긴 이동시간은 정말 고되었다. 그러나 일곱 빛깔이 아름답게 섞여 있던 그때의 그 무지개처럼, 몽골은 여러 경이로운 것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줬다. 차강 소브라가, 바얀작, 욜링암, 홍고링 엘스, 테를지, 거기에 매일 밤 우리를 행복하게 잠들게 해 주었던 은하수까지. 몽골에서의 여행이 잊히지 않는 건 롤러코스터처럼 희로애락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선 것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머무는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 평소에 먹는 음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재미다. 그런 의미에서 몽골은 정말 좋았다. 아스팔트와 빌딩이 가득한 한국의 도시를 떠나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의 초원을 달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협곡에서 말을 탔으며,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을 맨발로 걸었다. 또 어디를 가야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 많은 것들을 쉴 새 없이 눈에 담느라 바빴지만, 더 많이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최고의 크루
그리고 함께 했던 나의 크루. JH, DS, HS, YG 그리고 J. 처음 만나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24시간 동고동락했지만 단 하나의 트러블도 없이 다녀왔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것 아닐까?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나이,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우리는 그 어떤 크루보다도 끈끈하고 합이 잘 맞았다. 힘든 이동 시간과 고된 밤이 그토록 즐겁고 흥이 넘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몽골을 다녀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다음 여행지를 고민했었다. 몽골을 가기 전에 여행 후보지였던 오로라를 보러 가자고 약속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후로 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적어도 항공 마일리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여행을 갈 수 없다 보니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몽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몽골, 좋았어?’라는 질문에 나는 고민 없이 답한다.
몽골,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