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느낀다. 지난달 4월에는 현 직장에 들어온 지 5년이 되었다. 이곳은 5년 주기로 직원 배지의 색깔을 바꿔준다. 처음에는 파란색, 5년이 지나면 오렌지색, 10년이 지나면 빨간색. 벌써 오렌지 배지가 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올 해는 시간이 특히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와... 벌써 5월 26일이다. 2024년 1월 1일에 그리피스 공원에 일출을 보러 간 게 어제 같은데, 상반기가 끝나기까지 1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부쩍 많아진 회사일과 부담에 정신없이, 기록 없이,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한 주 한 주를 보냈기 때문일까? 그래서 메모리얼 데이가 포함된 롱 위켄드 주말인 오늘, 상반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짧게 가져보기로 했다.
작년보다 후퇴한 점이 먼저 떠오른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책 읽기 루틴과 글쓰기 루틴을 잘 지키지 못한 것이다. 주기적으로 하지 못하고 띄엄띄엄 했다.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몰아서 하다가 2-3주 동안 아예 손을 놓곤 했다. 회사일의 절대량이 많아지고 내 계획대로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니다. 내가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크린에 빠지는 나쁜 버릇이 도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스크린이 흡연보다 더 나쁜 것 같다. 담배는 일찍이 완전히 끊었지만, 스크린은 그러지 못했다. 스크린은 시간을 마구 뺏아갈 뿐 아니라 안 보는 시간에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기분도 안좋아진다. 작년 말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도파민에 빠지지는 말자. 대신 코딩을 하거나, 논문/블로그를 읽거나, 독서를 하거나, 푸시업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산책이라도 하자.
연 초에 책 <The One Thing>을 읽고 네 가지 부분에서 The One Thing 계획을 세우고자 했다. 일과 자산관리 두 가지는 (적당히 대충) 세웠고, 성장과 건강은 아직 못했다. 이 중요한 걸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니... 이건 정말 반성해야 한다. 스크린 볼 시간에 원띵을 고민해서 상반기 안에 계획을 꼭 마무리해야겠다.
작년보다 나아진 것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일주일에 4번 이상 Gym에서 운동하기. Peter Attia의 책 <Outlive>를 읽고 달라진 점이다. 근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70대-80대에도 건강하게 생활하려면 지금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LA Fitness에 등록하고 되도록 빼먹지 않으려 했다. 아침에 아이 학교로 라이드를 해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들러서 30분 정도 운동을 해왔다. 실제로 근력이 (아주 조금) 나아지기도 했지만,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 일석이조다.
올해 새로 시작한 활동이 있다. 바로 시니어센터에서 세미나 봉사.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3월에 시작했다. 미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 세미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점심시간을 쪼개서 50명 넘게 참석해 주셨고, 예상보다 인공지능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ChatGPT를 사용해 본 사람수가 절반 이상이었다. 인공지능이 시니어의 삶에 이렇게 깊게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첫 세미나가 끝난 후, 다음 세미나를 더 잘 준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설문지로 니즈, 관심사, 우려되는 점 등을 조사했다. 감사하게도 20명이나 참여해 주셨다. 잘 분석하고 고민해서 다음 세미나를 준비하려 한다. 1시간 남짓의 짧은 세미나지만,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올 해 단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후반기에는 엘에이 내의 다른 시니어센터와 시니어리빙 시설을 두드려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최근 유튜브에서 한국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다시 봤다. '진짜 야구, 좋은 야구를 하는 꿈'을 향해 드림즈 야구단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맞춰 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시절이 있었다. PhD 연구실에서, 첫 직장에서,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Amazon Care 등이 떠올랐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하며 배우는 행운을 누렸다. 서로 존중했고, 지지했고, 도와줬고, 따뜻했다. 비즈니스 메트릭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구성원의 성장기회를 뒤로 미루지 않았던, 좋은 컬쳐를 잘 가꾸었던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돌아보니 내가 특히 좋아하고 잘 어울리던 동료들이 참 많이 떠났더라. 지난 금요일에 떠나는 참 좋은 동료와 1-1을 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지난 동료들이 부쩍 그리워진다.
최근 친구들과 선배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높은 연봉 물론 좋고 달콤하지만,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문화 안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고. 미국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은 우리는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잡고 정착한 상태다. 이 시점이 되면 연봉 올리는 것보다 자산관리 잘하고 투자를 잘하는 게 총 자산가치와 현금흐름에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직원 연봉 올려봐야 어차피 세금으로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고, 거기에서 고정생활비 빼고 나면 사실 큰 차이 안 난다. 순댓국과 김밥을 먹으나 비싼 갈비탕과 한상차림을 먹으나 둘 다 맛있다. 벤츠 새 차를 타나 중고 CR-V를 타나 큰 차이 없다. 일하는 시간에 느끼는 성장과 보람이 중요하고, 일하지 않는 시간에 누릴 수 있는 행복과 휴식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팀 문화, 일의 동기, 나의 성장 등이 점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변화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