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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Nov 23. 2020

행오버

Hangover

밑으로 내려가 보니 사람들이 이미 좀 와 있었다. 빼곡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일과 끝나고 술 사서 바로 온 사람들, 건너 건너 듣게 돼서 시간 맞춰서 온 사람들, 룸매 친구의 친구들, 룸매 친구 애인의 친구들 등 족히 40명 이상은 되어 보인다. 그런 인파들 속에 누군가가 선곡한 파티 음악이 들려온다. 스피커 시설도 나름 잘되어 있어서 소리가 서라운딩으로 들린다. 내 술을 가지러 냉장고로 향하던 길에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친구들도 몇 보인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냉장고에 도착한 나는 이 북적이고 신나는 하우스 파티의 흥에 몸을 맡기려 맥주 한 캔을 꺼내 바로 마시기 시작한다. 몇 모금 마신 뒤에 점점 각성한 느낌이 오기 시작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Hey~ 를 날리며 입을 털기 시작한다. 


휘슬러에서 토박이는 별로 본적이 드물다. 더군다나 파티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 보면, 다른 나라들에서 온 해외파 출신이며, 캐나다 인이라 하더라도, 퀘벡이나 캘거리, 밴쿠버 등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입을 털면서 얘기를 하는 것에 기본적 질문 몇 가지가 있다. 어디서 왔냐? 온 지 얼마나 됐냐? 얼마나 더 있을 거냐? 시즌권 구매했냐? 스키냐 스노보드냐? 무슨 일 하고 있냐? 여행 좋아하냐?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간혹 어느 나라 사람인지 헷갈리는 친구들이 있다. 유럽 친구들은 유럽까지는 대충 감이 오지만 나라까지는 감이 안 오며, 일자리는 전혀 생뚱맞은 일들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호구 조사는 적당히 하면서, cheers~ 를 시전 하며 간간히 맥주를 더 들이켠다. 적당한 얘기들과 맥주는 먼 타향살이 하는 나 같은 놈한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여자들과 대화를 할 때면 맥주는 왠지 더 달달해지며, 대화 한마디 한마디는 살살 녹는다. 더군다나 술이 서로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는 더 상승한다. 


룸메이트들도 파티에 온 사람들과의 대화와 술 먹기에 정신이 없다. 아직 보이지 않는 룸매들 몇이 있기는 한데, 슬슬 일 마치고 올 시간이다. 특히 안 온 룸메이트들 중 한 명이 퀘벡에서 왔는데, 이 친구 외모도 훤칠하고 입담도 있는 것이 같이 놀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윽고 퀘벡 친구가 도착하고, 몇몇 그의 친구들이 그를 알아보고 Hey~ 를 연발하며 그에게 다가간다. 포옹으로 환영을 하면서 친구들 한 명이 가지고 온 술을 건네자 바로 오픈을 하여 벌컥벌컥한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우리들은 마시고 떠들다가 보니 시간은 점점 자정이 다 와 가고, 룸메이트들도 다 오고, 파티 참석자들도 점점 더 늘어만 간다. 뮤직 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그러다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웃집 주민들이 소음으로 신고를 한 것이다. 경찰차가 오고 집주인이 내려간다. 경찰과 몇 마디 주고받은 뒤 경찰차는 이윽고 떠나고, 집주인은 조용히 집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파티는 잠시 조용해진다. 하지만 아직 음악은 잔잔하게나마 살아 있었고, 술도 남아 있었으며, 이야깃거리도 역시나 남아 있었다. 해당 시점으로 해서 떠날 사람들은 떠나갔지만, 아직 반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렇게 아쉽지만 숙연한(?) 자세로 하우스 파티를 좀 더 지속하다가 보니, 시간은 이미 오전 3시가 너머 있었고, 난 피곤해서 내 방으로 가서 침대 위로 곯아떨어졌다.


몇 시간을 잤을까?! 다행히 오늘 일은 오후 5시에 있었다. 일어나려고 했으나 머리가 띵~ 하다. 어젯밤 막판에 맥주만 먹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먹었더니 더 그런 거 같다. 이 상태로는 지금은 못 일어날 것을 알기에 이윽고 눈을 다시금 감는다. 얼마나 더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13시를 가리킨다. 아직도 머리가 띵~ 하긴 하지만 배가 고프기에 슬금슬금 일어나 본다. 침대에서 겨우 기어 나온 다음에 주방으로 발길을 조심조심 향한다. 걷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배는 고프기에 어찌저찌해서 주방으로 마침내 무사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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