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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Jul 20. 2021

목표만 있다면,

비록 작은 도약이지만, 성취의 달콤함은 여전하다.

즐겁게 일하고, 스키 타고, 파티를 즐기고 하다 보니 어느덧 끝물이다. 이제는 슬로프에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일부 슬로프는 더 이상 스키를 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몇 달 전에 계획대로 돈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처음에 왔을 때의 목표였던 1년 동안 즐겁게 여행하고, 즐기며, 영어공부하다가 가야겠다는 목표는 생각 이상으로 휘슬러에 오면서 급류를 타면서 잘 이행되어 왔고, 그 과정 중의 하나인 스키장에서의 알바도 이제 며칠 있으면 끝이다.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벌써부터 아쉬운 감이 밀려온다. 처음에 쉽사리 들어가리라 생각했던 스키장 알바는 영어라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나 같은 촌놈에게는 그저 이상에 취해져 있는 망상에 불과하였지만, 운빨 하나로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되살아온 나에게 기회를 주어 여러 번 시도하여 그 행운을 쥐어지게 되어 몇 달 동안 달콤한 알바 생활을 하게 해 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또한 서비스 마인드란 어떤 것인지 CS에 대하여 또 다른 커리어가 쌓이는 성취감을 주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남은 몇 달 동안의 주목적은 돈 모으기이기 때문에 다시금 알바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맥북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던 예전 Resume을 최신으로 고친 다음에 알바를 다시 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 넷상에서 만났던 동값의 여자애가 생각난다. 이 친구는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데, 휘슬러에 스키 타러 오고 싶다고 하여 같이 타기로 하고 만났다. 당일 치기였지만, 슬로프 이곳저곳을 질주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그 친구는 옐로나이프를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목표가 1만 불이라, 옐로나이프를 다녀오면 목표금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에  아쉽지만 다음에 가야겠다고 얘기했다. 아마 나중이 되면 내가 왜 그때는 미련하고 무식하게 돈만 모으고 그런 일확천금의 기회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까라고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 돈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왕 정해놨으니 번복은 없기에 무식하게 오늘도 알바를 구해 본다.


며칠을 구했을까, 일주일 정도 지난 이후에 한 숙박소에서 연락이 왔다. 금일 볼 수 있냐고 물어보기에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바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번 일은 리모델링 공사였다. 일단 벽에 있는 페인트 들을 다 베껴 내야 하고, 바닥도 다 드러내고 하는 개인이 하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 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일날 난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Yes! 를 시전 하면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주인장에게 잘 보이면서 며칠 후부터 일하기로 약속을 받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마 지나지 않아 스키장 알바에서는 쫑파티를 하였다. 술과 먹을 것들이 공짜여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겼다. 국내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이런 걸 했었나 되짚어 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스키장이 돈 벌기에 바빠서 그랬던 거 같은데, 아무쪼록 이런 파티는 Welcome!이다.


이렇게 짧은 나의 겨울 생활은 끝을 맞이하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알바 시작이다. 한 달 정도 일해 줄 수 없냐고 했었는데, 해당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해 봐야겠다. 1만 달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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