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시마 Jul 20. 2021

목표만 있다면,

비록 작은 도약이지만, 성취의 달콤함은 여전하다.

즐겁게 일하고, 스키 타고, 파티를 즐기고 하다 보니 어느덧 끝물이다. 이제는 슬로프에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일부 슬로프는 더 이상 스키를 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몇 달 전에 계획대로 돈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처음에 왔을 때의 목표였던 1년 동안 즐겁게 여행하고, 즐기며, 영어공부하다가 가야겠다는 목표는 생각 이상으로 휘슬러에 오면서 급류를 타면서 잘 이행되어 왔고, 그 과정 중의 하나인 스키장에서의 알바도 이제 며칠 있으면 끝이다.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벌써부터 아쉬운 감이 밀려온다. 처음에 쉽사리 들어가리라 생각했던 스키장 알바는 영어라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나 같은 촌놈에게는 그저 이상에 취해져 있는 망상에 불과하였지만, 운빨 하나로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되살아온 나에게 기회를 주어 여러 번 시도하여 그 행운을 쥐어지게 되어 몇 달 동안 달콤한 알바 생활을 하게 해 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또한 서비스 마인드란 어떤 것인지 CS에 대하여 또 다른 커리어가 쌓이는 성취감을 주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남은 몇 달 동안의 주목적은 돈 모으기이기 때문에 다시금 알바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맥북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던 예전 Resume을 최신으로 고친 다음에 알바를 다시 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 넷상에서 만났던 동값의 여자애가 생각난다. 이 친구는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데, 휘슬러에 스키 타러 오고 싶다고 하여 같이 타기로 하고 만났다. 당일 치기였지만, 슬로프 이곳저곳을 질주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그 친구는 옐로나이프를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목표가 1만 불이라, 옐로나이프를 다녀오면 목표금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에  아쉽지만 다음에 가야겠다고 얘기했다. 아마 나중이 되면 내가 왜 그때는 미련하고 무식하게 돈만 모으고 그런 일확천금의 기회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까라고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 돈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왕 정해놨으니 번복은 없기에 무식하게 오늘도 알바를 구해 본다.


며칠을 구했을까, 일주일 정도 지난 이후에 한 숙박소에서 연락이 왔다. 금일 볼 수 있냐고 물어보기에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바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번 일은 리모델링 공사였다. 일단 벽에 있는 페인트 들을 다 베껴 내야 하고, 바닥도 다 드러내고 하는 개인이 하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 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일날 난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Yes! 를 시전 하면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주인장에게 잘 보이면서 며칠 후부터 일하기로 약속을 받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마 지나지 않아 스키장 알바에서는 쫑파티를 하였다. 술과 먹을 것들이 공짜여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겼다. 국내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이런 걸 했었나 되짚어 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스키장이 돈 벌기에 바빠서 그랬던 거 같은데, 아무쪼록 이런 파티는 Welcome!이다.


이렇게 짧은 나의 겨울 생활은 끝을 맞이하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알바 시작이다. 한 달 정도 일해 줄 수 없냐고 했었는데, 해당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해 봐야겠다. 1만 달러를 위해!

작가의 이전글 찐따남 데이트 사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