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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Nov 04. 2023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클라타우어(2008)


다니엘 글라타우어 장편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이 소설은 주인공이 상대에게 잘못 보내진 오류 메일로 처음을 시작한다. 잡지의 정기구독 취소 버튼이었다. 소설 마지막 부분까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대화의 형식으로 전개된 독특한 작품의 소설이다.  


주인공의 오류 메일은 미안한 마음이었으나 소설 자체는 신선했다. 주고받는 메일로 인해 상대와의 우연한 만남이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 둘의 만남이 소설 속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이메일로만 전개된다.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웹디자이너인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 '에미'와 언어심리학자 '레오'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된 친구로 발전한다.  이메일 속에서만 하는 묘한 기분의 데이트가 이어지며 "나는 당신과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라고 '에미'는 맹세까지 하지만 점점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게 된다. 


실제의 장면이라면 한 번쯤은 상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독자들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둘의 관계가 메일 속에서 오고 가는 내내 실제 만남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때론 밀려왔다 밀려 나간다. 밀물과 썰물 같기도 하다. 이메일을 통한 대화의 방식은 몇 초 이내에 답장이 오기도 하며 몇 분 뒤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며칠 뒤에 상대의 답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페이지마다 다 채우지 않은 본문들이 있다. 짧은 문장의 한마디로 몇 통의 메일이 들어 있기도 하며 긴 메일의 내용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잘 풀리는 일이 있듯 술술 잘 읽힌 소설이다.  숨기지 않는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실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냈다. 그러나 한 여자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중이고 또 한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일까.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은 사랑에 대한 보이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소설의 새로운 형태들이 서점가에 길게 늘어선다.  독자들의 선택은 다양하다. 작가가 어느 중심선에 있는지 소설 속 주인공은 그 마음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허구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소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진화 속에 가끔은 펼쳐 드는 소설이 있다. 그중 한 권이었다. 독자들에게 소소한 사랑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소설과 산문이나 에세이 그리고 한 편의 시(詩) 그 어디쯤에 있는 소설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은 2006년 독일어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독일 아마존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판권에는 2008년 4월 1쇄로 시작해 2021년 1판 29쇄를 기록하고 있다. 


검색을 하다가 뒤늦게 이 책을 발견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시적인 제목에 관심이 되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마음이 망설여졌으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받아 든 한통의 메일은 그다음의 답장을 기다리게 했다. 연속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전개 방식이다. 

 

둘의 관계가 다 끝나지 않은 소설이다. 보내진 이메일의 변경된 주소가 독자와 그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소설 속 맨 끝페이지에 '에미'와 '레오'의 관계를 독자들에게 상상으로 남겼다. 밀물과 썰물 같은 작가와 독자들의 교감이다. 아마도 후속 편 『일곱 번째 파도』 를 읽어야 독자와 주인공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까. 『일곱번째 파도』의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 가을날은 오류 버튼이 되었을까. 여름날씨 마냥 며칠 더운날씨가 이어진다. 여름이든 가을이든 그날이 오기까지 책속에 눌러 앉을 생각이다. 나를 물들게 해준다니 고맙지 않을수 없다.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196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교육학과 예술사를 공부했고 1985년 자유기고가로 일했다 1989년 일간지 <데어 슈탄드르트>의 창간 멤버로 문예섹션과 칼럼을 담당했다. 칼럼집 <개미세기. 2001> <새가 울부짖다. 2004> 법정 르포 <유죄를 인정하십니까?. 2003>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크리스마스를 아시나요?. 1997> <그것 때문에. 2003> 등의 소설을 발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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