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어려운 당신

비대면 수업

by 김윤철

“선생님! 메일 주소가 안 보입니다. 화면 조금만 내려 주세요.”

누가 답답한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준다.

“메일 주소와 사진 주제는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메일 주소를 적고 있던 볼펜을 접는다. 아침부터 설레며 준비한 70 평생 처음 경험하는 비대면 화상 수업!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앱을 깔고 컴을 조작하여 수업 준비.

사실은 컴은 귀찮아서라도 자식들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은 아무도 없으니 내 힘으로. 걱정과 달리 별 어려움 없이 첫 시간을 마친 “노인복지관 환경지킴이 사진 봉사자” 사진 수업.


직장 생활 초기 컴퓨터 교육 갈 때, 컴 체제가 윈도로 바뀌고 처음 교육을 다녀온 컴 도사라 불리던 직장 선배의 경험담. 요즘 말로 아재 개그 같은 소리.

“윈도를 여세요.”란 강사의 말에 뒤편의 교육생이 교실 창문을 열더란 말씀.


딱 그 수준 정도의 어르신들 수업. 연륜에 맞게 열성이야 높으시지만 일흔 나이의 교육생들과 얼굴 보이지 않는 수업을 해야 하는 젊은 강사님의 수고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말 모처럼 만의 나들이. 아내 손에 끌려가는 정기 검진 준비의 병원행이지만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전철의 노약자석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 사실 요즘은 노약자석이 아니면 서서 간다. 내 자리 찾기.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노인 교통 카드 발행해 주던 은행 창구 아가씨의 말.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어르신들의 노력 덕에 이렇게 우리나라가 발전 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고마웠던 기억. 그래도 젊은이 자리는 안 간다.


내 옆에 정말 라떼 복장의 어르신 한 분. 제법 쌀쌀한 날씨에 주머니 많은 조끼 차림. 주머니 하나에 신문이 구겨져 꽂혀 있다. 아마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종류가 아닐까 추측.

다른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신다. 조그만 수첩에 깨알 같이 적혀 있는 볼펜 글씨. 얼핏 봐도 명필이다. 필체 나쁜 나의 큰 부러움 중 하나.


군대와 컴 나오기 전, 초기의 직장 생활에서 글씨 문제로 고생도 많았다. 손 글씨를 주고받던 펜팔이란 이름의 아날로그적인 낭만. 잠시 20세기의 추억 속으로. 주소를 찾고 꺼내시는 폰은 폴더 폰.


오늘은 토요일! 병원 다녀온 후 강사님이 주신 주제의 사진을 찾기 위해 집 앞 탄천을 운동 대신 다녀왔다. 흡족한 사진은 못 건졌지만 기분은 상쾌. 겉옷 주머니에는 돋보기와 함께 메모용 수첩이 담겨 있었다.

수업이란 이름만 들어가면 볼펜과 노트부터 찾는 나.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세대.

오늘은 추억과 함께 그 시절 노래나 기타와 함께 불러보아야겠다.

“키스로 봉한 편지!”





희한하다. 두 시간 여를 헤매도 안 보이던 기호를 퇴근 복장의 딸이 5분 만에 찾아내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 말! “에라이 등신아!” 이건 자책의 소리다.


나는 폰으로 유튜브 만드는 법을 배웠다. 따라서 폰 사진 저장소가 항상 부족하다. 사진 지우기 바쁘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은 밴드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유튜브에 옮기면 지워버린다. 그게 또 필요할 때가 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딱 맞는 말이다. 유튜브에 스크린 샷을 설치하고 사진 캡처하는 법을 사용한다. 아직 초보 수준!


오전에 작업을 하고 걷기 운동. 오후에 사진을 찾으니 스크린 샷 표식이 행방불명. 두 시간 여를 헤맸지만 결국 작업 포기 상태. 때 마침 둘째의 퇴근. “이것 좀 봐주라.”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컴 앞으로.

멀티라나 뭐라나 크롬과 익스프로 둘을 띄워 놓고 블로그 작업. 한쪽에는 글을 쓰고 다른 쪽에선 사진 작업. “그때는 어지간히 꼼꼼하다.” 항상 덜렁 댄다고 잔소리하는 아내의 말. 블로그 만들 때만 좌우 살핀다는 말.


딸에게 한 참을 설명. “스크린 샷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니 ”앱 삭제할까요?” 문구가 뜬다. “

한참을 연구하던 딸의 말 “아빠 거꾸로다!” 이게 뭔 소리! 스크린 샷은 크롬에서만 작동한다. 이런! 글을 크롬에 쓰고 사진을 익스프로에서 찾고 있었다. 둘을 바꾸니 바로 사진이 갭쳐된다.

“에라이 등신아! 등신아!” 머리 꽤나 쥐어뜯었다.


그놈의 앱이 바탕화면에 깔리는 줄 알았지 크롬에서만 작동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한 머저리!

신경이 곤두서는데 옆에서 아내가 부채질을 한다.

“몇 사람이나 본다고 그 야단이냐! “ 집안일도 좀 그래 봐라.”

용기 내어 한소리! “내 만족이다. 이 나이에 이런 것 만진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자부한다.”


아내도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 치매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우리 친구들은 SNS 하는 사람도 없다.”

정말 사진과 글이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좋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자기만족!


아니 글을 쓴다는 행위도 일종의 관종 같은 뜻이 있다. 몇 사람이나 방문했는지 신경이 쓰인다.

언제부터인가 브런치 방문객들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내일도 글감 찾으며 컴 앞에 앉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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