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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힘들 때 지갑을 꺼내 남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특히 나처럼 은퇴 후 도를 바꾸어 사는 사람들은 절실히 와닿는 말이다. 이곳에서 새로 사귄 사람들은 거의 만날 수가 없다. 더위까지 더해지니 할 일도 갈 곳도 마땅챦다. 대신 먼 곳의 옛 친구들과는 거의 매일 만난다. 오늘도 SNS로 건강에 대한 덕담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나 보다 정보가 월등히 많은 친구의 답장. 그중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 대한민국 노인네들 대단하다는 느낌. 촌철살인! 유머와 해학.
"여자들은 힘들 때 지갑을 꺼내 남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내가 이것도 사람 만들었는데 못 할 게 뭐 있겠나?" 이 친구나 나나 술, 친구, 놀기 좋아하는 편. 요즈음 말로 셀프 디스. 가슴이 뜨끔. 어쩐지 젊은 시절, 마늘과 쑥 반찬이 많더라는 할배 개그.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리는 비상! 오늘도 기사 댓글을 보며 혼자 낄낄대다 아내에게 한소리 들었다.
오늘은 딸의 휴일.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들을 따발총처럼 쏟아냈다. 그 하나. 젊은 사람들이 애용한다는 SNS. 어찌어찌해서 사진 여러 장 보내기 성공. 그런데 앱도 바뀌고 사진도 뜨지 않는다. 그런데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하트는 왔다. 오늘은 시험 삼아 사진 몇 장 전송. 역시 사진은 나타나지 않고 하트만. 쉬러 들어가는 딸에게 질문. 내 사진을 클릭하니 사진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사진이 보인단다. 우리 집에서 SNS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노인네인 나다. 하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나보다 잘 아냐니까 "감" 이란다. 역시 젊음은 좋은 것이여.
감은 아니지만 나도 컴으로는 뭔가가 성취될 때가 있다. 어찌어찌 쭈물딱거리다 보면 성공.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시간만 오래 걸리고 원리를 모르니 다음을 기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은 자식들 부르는 게 상책.
오늘도 정보 부자인 친구에게서 옮긴 글이 하나 왔다. 제목이 "스마트폰과 노인들"
요약해 보면 스마트폰은 삶의 방식을 바꾼다. 저승에서도 스마트폰이 붐을 이루고 있을 것이란 아재 개그. 늙을수록 배워야 한다, 나이 핑계 대지 말고 손자에게라도 배우자. 뭐 대충 이런 내용.
나도 그나마 컴은 조금 하는데 폰은 영! 마침 아내가 필요한 책이 있단다. 그래 내가! 사람 만들어준 보답은 해야지. 작심하고 컴 말고 폰이다. 가까운 도서관으로.
입장부터 폰이다. QR 체크인! 책 정보는 열람실의 컴이 아니라 집에서 폰으로. 대출도 옛날 같으면 도서관 직원분을 귀챦게했겠지만 오늘은 내 손으로. 자동 대출. 생년월일 4자리를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니 대출 완료. 성취감! 자신감. 오늘은 그동안 접어두었던 여행 유튜브를 만들어야겠다.
나는 유튜브는 폰으로 만드는 것만 배웠다.
21세기는 스마트폰이 마늘과 쑥 구실을 한다는 생각
bAug 2.
6눈 뜨면 하는 SNS에 반가운 연락이 왔다. "글우리"란 문학동아리를 함께한 친구에게서 온 안부 소식. 서울 정착에도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이다. 처음 "글우리" 단어의 의미를 물었을 때. 글집이란 설명에 두 말 없이 함께 하기로 했다. 돼지우리, 글우리. 시나브로란 버너 이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란 순 우리말이란 소리에 느끼던 감정과 비슷. 서클이란 말 대신 사용하던 동아리란 말도 당시에는 많이 신선했다는 생각. "말모이"란 영화에 사전을 찾던 기억. 사전의 우리말 "말모이". 말을 모은 것은 "말모이" 글이 모이는 곳은 "글우리" 그들과 함께한 십 년 넘는 세월이 새삼 자랑스럽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너무 힘들다. 종이 대신 포털에서 찾는 뉴스. 언제부터인가 우리말이지만 검색이 필요해졌다. "영끌해서 빚 투한 주린이"와 "리콜 악재에도 베팅한 동학 개미" 경제면의 뉴스다. 전자는 순 우리말, 후자는 외국어 혼용. 문화면의 소식란에는 "빌런, 클리세" 등등. 국한 혼용체의 글을 처음 보고 이게 국한혼용? 당황해하던 느낌과 비슷. 물론 다 기자란 직함을 가진 분들의 글이다. 기자? 기레기? 요즘 뉴스는 문법이나 맞춤법이 틀리는 표현도 있다.
언제부턴가 K가 자랑의 대명사처럼 되기 시작했다. 케이 팝. 케이 방역,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까지. 당연 여기서 K는 한국의 약자다. 21세기의 비틀스라는 칭호를 뛰어넘은 BTS. 그들을 따르는 아미들. 그 아미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가 자랑스러운 우리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미국인들이 영어를 자막으로 보는 영화다.
2019년 골든 그로브 여우주연상 시상 후에 나온 말도 바로 우리말이었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감동! 나 국뽕에 취한 노인네다. 그 주인공은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였다. 샌드라 오! 패밀리 네임에서 알 수 있듯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그녀의 대한민국 사랑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카데미 상 작품상에 "기생충"이 호명될 때도 온몸으로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2018년 에미상 시상식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한복을 입고 오셨다. 그리고 그다음 해 골든 그로브 시상식에서 나온 말이 바로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부모님들 딸 참 잘 키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에미상 시상식에는 샌드라 오가 무궁화와 한글이 인쇄된 점퍼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 문화는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나라 안은 한 마디로 기가 막히다. 카페의 메뉴가 전부 영어로 되어 있어 어르신들이 주문을 못 한다는 기사가 났다. 한 마디로 언어 사대주의! 외국어 한 마디 거들면 더 유식해 보이는가! 국어 순화 운동을 하던 기억. 우동은 가락국수로 오뎅은 어묵으로. 일본말이 사라진 자리에 영어가 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언론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의 문물이 말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말이 있는 것도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더구나 알 수도 없는 줄임말과 조어들. 언어는 역사성이 있다고 하지만 엄지 손가락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젊은이들의 말들을 기사로 올리는 것은 너무 하다는 라떼의 생각.
"영끌해서 빚투한 주린이들" 검색해서 찾은 뜻!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한 주식 초보자들!"
우리말 참 어렵다. 고운 말을 씁시다.
수수께끼 하나! "야오이마이" 신문에 기사로 난 순우리말이다! 나! 라떼!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젊다. 요즘 말로 인싸다. 인싸답게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브이로그 시도!
막내에게 물어서 셀펀용 삼각대 장만. 집 앞을 흐르는 탄천으로. 그런데 의미를 잘 모르겠다. 단순한 하루의 기록? 특징 있는 하루의 모습? 연습 삼아 매일 하는 평행봉 운동 기록해보기로. 보지 않고 하는 동영상 촬영은 처음이다. 먼저 사진으로 대강의 구도를 살피고 동영상 촬영. 이런!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성공 여부 판단 불가.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처음이라 거리 조정 실패. 사실은 평행봉은 일흔 나이에는 힘든 운동이다. 하루에 두 번 찍기는 무리. 아쉬운 대로 가족 밴드에 등록. 딸의 댓글이 달렸다. "아빠 최고! 복근 있다. "
젊은 사람들처럼 빨래판은 아니지만 형태는 있는 것도 같다. 용기를 내어 카톡으로 육십 년 지기 친구들에게 전송. 코로나로 만날 수는 없지만 톡으로 연락은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친구의 답장. "근육 장난 아니다. 열심히 해라. 나도 하루에 세 시간씩 자전거 탄다."
자전거 복장이 너무 멋있다. 부럽다. 칠순 여행 이후로 자잘한 병치레에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멋지다. 주위 경치도 즐기고..."
"이 나이에 세 시간 달려봐라. 경치 생각이 날 것 같나? 새벽에 나간다. 안 죽을라고 탄다."
요즘 방송만 틀면 나오는 게 먹방이다. 이 먹방의 원조격인 친구. 대한민국 맛집을 꿰뚫고 있는 친구다.
"인간의 욕망 중에 식욕이 제일 앞에 있다. 성욕보다 앞에 나온다. 나는 먹고 싶은 것 참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다." 이 친구의 지론이다.
같이 여행을 가면 관광보다 맛집에 신경을 더 쓰는 모양새다. 따라서 젊어서도 병원 신세 꽤나 진 친구다.
자전거도 살기 위해 탄다기보다 먹기 위해 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 친구. 그래서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목표 앞으로.
나도 마찬가지다. 입원과 회복기를 거치며 근 감소증. 근육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얄팍한 의학 지식에 거의 의무적인 운동. 자기애나 성취감보다 면역력 강화가 목표. 피곤한 몸에 힘을 더 주어 본다.
목표 앞으로!
라떼의 경험담. 목표는 스트레스다! 한 때 유행했던 해외 고산 등반. 정상을 앞에 두고 되돌아서는 것이 가장 큰 용기라는 명언이 있다. 혼자 하는 등산도 마찬가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정상까지. 정복이란 말을 쓰면 대역 죄인 취급받았지만 그래도 정상까지는 갔다. 힘들면 스스럼없이 돌아선지는 몇 년 되지 않는 것 같다. 목표는 스트레스다. 아니 쓸모없는 욕심이다.
슬며시 기타를 내려놓는다. 나도 모르게 코드 바꾸는 연습을 소리 내지 않고 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최애 곡이었던 "비틀스의 예스트 데이" 한 마디 안에 코드 네 개짜리 베이스 연습. 그 부분 빼도 기분은 낼 수 있다.
되면 좋고 실패해도 만족하자.
추석 전 날의 삽화. 막내는 아내 전 부치는 옆에서 재료 정리. 나는 제사상에 올린 밤을 치고 있었다. 밤 일곱 개! 다 아는 사실이지만 밤 치는 일은 참 지루하다. 단순 노동. 목표 밤 일곱 개. 내 아버님은 지금 보다 몇 배 많은 밤을 잘도 까셨다.
"힘들다!"
"아빠 깐 밤 판다!"
나는 집에서도 가장 젊은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부유한 한 늙은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