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웃자

만남

by 김윤철


어버이날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 벌써 1년! 이젠 놀랍지도 않은 지자체의 현수막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어버이날. 미세먼지 조심이란 말도 무시하고 노모께 전화와 함께 용돈 송금하러 외출. 내친김에 3천여 걸음의 강변 산보 후 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 계단을 내려오는 안면 있는 노인부부를 만났다. 미안한 듯 고개 숙이는 영감님 앞에 입마개 한 중형견 두 마리. 그렇게 무섭지도 않은데 두 분은 꼭 계단을 이용하신다. 다리가 짧고 몸통도 그렇게 크지 않은데. 우리 개는 안 문다는 사람들보다 훨씬 교양이 있다는 생각.


동네 주민센터의 기타반이 문을 닫은 것이 작년 4월 중순이니 벌써 코로나 사태가 1년이 훌쩍 지났다. 70년의 삶 중 듣도 보도 못한 감옥 같은 생활이다.


며칠 전 집안 제사. 1시간 안쪽에 조카가 살지만 마음만 오라고 통보. 폐 질환 경험이 있는 일흔 노인네는 거의 신경질적으로 몸조심한다. 세상 참! 50여 년 친구의 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계좌이체로 부조만. 길사는 생각도 못 한다. 나이가 연세이니 모두 몸을 사린다. 우리나라의 길, 흉사는 문자 그대로 상호부조! 품앗이 성격도 강한데. 세상 참!


사람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든다 했는데, 취미 생활의 모임도 비대면으로. 없는 재능이지만 기부라는 이름이 붙은 봉사활동 교육도 줌으로. 모든 인간관계가 다 끊어진 느낌이다. 특히 나처럼 은퇴한 사람은 사회생활이 거의 없어진 느낌!


그놈의 코로나는 사람들끼리만 전파되는가! 미세먼지 조용할 때면 매일 나가는 운동길. 사람들에게는 손만 흔들면서 개나 고양이는 안고 먹이 챙겨주고 난리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아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연들이 넘쳐나고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연예인 중 반려동물과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잠깐 동안의 미국 생활 중 느낀 점. 풀숲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개똥이 없는 곳이 드물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우리 속담은 의미가 없다. 우리와 다르게 극도로 개인주의가 성행하는 미국! 반려동물이란 말은 외로움의 다른 말이란 생각. 지금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운동하는 사람과 데이트하는 사람 제외하면 사람만 다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정말 힘들다. 자식들도 노인네 걱정한다고 외출을 거의 자제하고 있다. 밖으로 나다녀야 사람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할 텐데. 그 참! 그래 나만 모르고 있지 제 할 일은 다 하고 있겠지. 이 생각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길 빌어본다.


노인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폰부터. 멀리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SNS로 안부부터. 코로나를 이기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방법 중에는 이것도 일조를 하지 않을까 생각!


머지않아 이 시련도 지나가리라 생각!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러나 그 전의 생활로 복귀는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 짧은 소견 한마디. 미국 못지않은 개인주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 관계의 직업들이 각광받지 않을까 생각.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고 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었다. 날씨까지 속 썩이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폐 질환 경험까지 있으니 미세먼지도 걱정. 일흔을 넘은 나이, 별스럽다 소리는 하지 마시라.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런 이타적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이 두려운 것이다. 이제 병원도 지긋지긋. 방콕! 지난 여행을 정리도 하고 추억도 반추해본다.



자식들이 제 할 일을 하니 말이 적어진다. “아는? 밥 묵자! 자자!” 할 말만 한다고 소문난 경상도 남자. 젊을 때도 재미없다고 아내에게 구박 꽤나 받았었다. 그래서 그러한지 나이 탓인지 단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자판기를 두드리다 갑자기!

“젊었을 때 이것 너무 좋아한다고 욕 많이 했잖아!”

“소주?”

“와! 씨!” 하나의 시트콤.


2020년! 처음 하는 부부 동반 친구들 모임. 소백산 둘레길 걷기. 길이 먼 관계로 전 날 가서 친구 집에서 1박. 식사 후 커피 타임. 연예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부라 “산드라 오”를 설명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락 프로를 통해 많이 알려진 “다니엘 헤니” 보다 훨씬 유명한 배우다. 그 이름이 입 안에서만 맴돈다. 결국 "한국계 배우 중 가장 세계적인 명배우다. " 로 끝.


다음 날. 대구서 온 친구들과 죽계구곡 탐사. 병원 신세 후. 오르막은 힘들다. 다른 곳은 이상 무. 빨리 움직이면 숨이 차다. 나이 탓인지 직업병인지 사람 없는 산에서도 마스크 착용. 이 공기 좋은 곳에서 무슨 마스크! 핑계로 턱스크. 영주는 내 첫 직장 생활 장소. 취미 등산이 아니라 암벽, 빙벽 하며 소백산을 홈 그라운드라 여기던 산. 지금은? 죽계 1곡에서 걷기조차 끝. 기분 영!


점심 식사 때. 친구들 앞에서 경험담으로 콩트. 역시 부인들의 리액션!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안경 쓰고 안경 찾다 아내에게 혼났다.”

“저 사람도 그랬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나? 원래 좀 허당.

부부 간, 아니면 자기의 실수담 열거 중 역시 남자? 묵직한 친구의 한 마디!

“아버님 빨리 나오세요.”

“폰을 찾아야 되는데, 전화 좀 하게”

“아버님 지금 누구 폰입니까?”

폰을 귀에 대고 폰을 찾았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삽화!


2020년도 저물어 간다. 라떼식 표현. 달력 한 장이 외롭다. 얼마 남지 않았다. 올 모임은 없는 것으로 하라는 총리의 말씀. 마스크 속의 얼글들로 씁쓰레한 마음이나 달래야겠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 오랜만에 근력 운동. 천변 평행봉 앞에서 준비 운동. 강변을 따라 반가운 몸체의 어르신 한 분. 모자에 마스크까지. 꽁꽁 싸맨 모습이지만 몇 년을 운동과 샤워까지 함께 한 분이다. 복지관의 체력단련실이 폐쇄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간다. 세월 참! 근 년 반을 못 본 사이지만 가까이 갈 수도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반갑다. 눈만 내놓고 인사. 그래도 알아보신다.

“일찍 나오셨네!”

“건강하시죠.”

아무리 반가워도 긴 말을 나눌 수가 없다. 커피 자판기도 동전 투입구를 막은 지 오래다. 눈인사와 손짓만, 그래도 반가움이 느껴지는 사이다.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복지관에 모이시던 이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삽화 한 토막.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시던 분이 샤워만 하시고 옷장도 비우지 않으신 채 외출. 나는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던 길에 다시 만났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커피 한 잔 해야지.”

“가시죠.”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 두 잔. 시간 나면 마시는 커피 탓에 주머니에는 항상 동전이 있다. 아날로그 방식.

한 모금 마시는 얼굴에 쓸쓸함이 가득.

“할멈이 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네! 무슨 말씀을!”

이 분 상처하신 지 몇 년 되신다.

“할멈이 부르는지 며칠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다 넘어졌다. 침 맞고 지금 물리치료실 다녀오는 길이다.”

“....”

“운동도 못 하고 점심이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복지관 식당까지 안내만.


이분의 할멈은 비어가 아니다.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먼저 간 일에 대한 약간의 원망. 사랑이 듬뿍 담긴 애칭!


대한민국! 어르신들 살기 좋은 나라다. 눈 뜨면 복지관 출근. 운동과 샤워 후 바둑 한 판 두고 점심까지. 자판기 커피 앞에 두고 시국 토론에 신변잡기까지. 가격도 저렴하다. 커피 한 잔에 200원! 나도 노인 복지관 출근했지만 운동만 하고 집으로. 저분들 보다는 젊다. 자위? 실은 나도 대수술을 받은 몸이다. 그러다 딸네 집 방문. 석 달간 집을 비우고 복지관 등록일 기다리다 팬데믹 사태!


지인에게 걱정을 했더니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단다. 세상에 코로나와 함께 살다니! 그렇게는 못 하겠다. 특히 나는 폐가 좋지 않다. 싸워야지! 함께라니! 어쩔 수 없다. 위드 코로나란 말이 나왔다.


팔 굽혀 펴기와 평행봉을 잡고 발을 땅에 붙이고 턱걸이 몇 개.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만!


내일은 백신 주사 맞는 날. 오늘은 푹 쉬는 날!


저만치 멀어지는 어르신의 모습. 구부정한 자세에 약간은 저는 것 같은 걸음. 뒷모습이 더 쓸쓸


잠에서 깨니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운동량의 차이에서 오는 평소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아! 그래 백신 접종했구나.


나는 평생 고혈압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한 혈압 검사. 간호사 분께서 다시 검사. 혈압이 높게 나왔다는 말.

“그럴 리가 없는 데요.” 이건 걱정이 아니다. 확신.

“주위 환경에 따라 혈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연세이니 간호사께서도 걱정. 역시 정상.


백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백신에 대한 문의 전화. 나야 노인네지만 젊은 사람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벼슬” 소리 걱정했는데 조금은 덜 미안하다.


그런데 왜 혈압이 높게 나왔을까? 병원이 주는 위압감? 그건 아니다.

나는 일 년에도 몇 번씩 병원 검진을 다닌다. 일 주 간격으로 각종 검사, 그리고 결과 확인. 병원이란 단어에 위압감을 느낄 군번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분석.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 코로나 백신! 병원이란 말이 아니라 코로나란 단어의 힘. 일종의 코로나 포비아 현상.


다른 하나는 접종이란 말이 주는 위압감. 은퇴와 동시에 병원도 많이 다녔지만 주사 접종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단 한 번 사용된 말.


B C G 접종.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정말 아팠다. 열도 나고 곪고 오래전 일이지만 아팠다는 기억은 뚜렷하다. 잠재해 있던 의식이 내 혈압을 높게 나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상 혈압으로 백신 접종. 의사 분의 접종. 이것도 처음 경험. 간호사가 의사께 연락. 의사분이 직접 주사. 단순 주사 놓기는 간호사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사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친다. 기분 탓인지 따끔하지도 않다. 뉴스 화면에서는 주사가 수직으로 꼽힌다. 많이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주사보다 덜 아프다. 사람 탓인지, 내 긴장 탓인지는 모르겠다.


주의 사항을 의사께서 설명. 주사 후 15분 대기. 이상 없으면 접종확인서 배부하며 간호사께서 다시 주의 사항 설명. 전신 마취 대수술보다 더 야단스럽다.


집에 오니 아내가 진통제 대령. 아무렇지도 않대도 먹어두란다. 두 알.

자기 전엔 내가 우겨서 한 알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같이 병원 간 아내는 팔이 아프단다. “여자는 일어나면 일을 하니 아프고 남자는 아무것도 안 하니 그렇단다.” 괜히 긁어 부스럼.


저녁이 되니 팔도 뻐근하고 열도 약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제 아침은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지. 오늘 목표는 근력 운동 생략 대신 만 보 걷기. 그리고 어제 못 한 샤워와 기타 손 풀기.


코로나 정도야! 내가 나다! 홧팅이다! 아랫입술에 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코밑수염!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좋아하던 배우. 크라크 케이블의 수염을 길렀다. 마스크 벗으면 용기 부족이겠지만. 아내도 보기 싫지 않단다. 코로나 덕에 별 경험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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