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TV는커녕 라디오조차도 귀하던 시절. 약간은 감성적인 내가 현실을 뛰어넘어 그나마 꿈을 찾을 수 있던 유일한 것이 영화 보기였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또는 문화교실이란 이름의 학교 행사를 통해서 본 영화들. 반 세기가 넘었지만 지금도 제목은 기억할 수 있는 영화들. "타잔. 사막은 살아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여주인공을 떠나보내고 죽음을 앞에 둔 채 추격하는 적군에게 기관총을 겨누던 남주인공의 장엄한 모습.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마지막 장면. "헤밍웨이"의 걸작에 더해진 게리 쿠퍼"의 명연기에 감수성 예민하던 한 소년은 그렇게 할리우드 키드가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꿈 많던 소년은 은퇴한 백수가 되고, 글로벌 시대가 되고 해외 여행이 자유화 되자 내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당연히 할리우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현대는 디지털 시대. 할리우드대로를 따라 명예의 거리가 있고 TCL차이니스 시어트 앞에 배우들의 손바닥이 프린팅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안성기, 이병헌의 핸드프린팅도 있다. 오스카상 시상식은 돌비 극장에서 한다. 등의 간단한 정보만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할리우드 대로로! 먼저 관광 센터에 들리니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집을 구경하는 투어가 있단다. 돈 내고 집 구경이라니. 포기하고 거리구경. 바닥에 배우, 감독, 가수등 대중 예술가들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유명인 이름이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는 곳. 그곳이 할리우드다. 거리 구경 중 누군가 손에 무엇인가 쥐어준다. 무심코 받고 보니 CD다. 알고 보니 무명 가수들의 노래를 파는 장사꾼들이다. 자꾸만 사인을 하란다. “암 코리안.” “아이 해브 노 머니.” “프롬 코리아” 내가 아는 영어 다 동원해서 겨우 반품. 할리우드의 치안이 별로라는 느낌. 영화 속 분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도 팁을 주어야 한다. 약간은 씁쓸한 기분이지만 미국은 자본주의 종주국.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정도로 이해.
신기하게도 아는 배우나 가수의 이름이 있으면 반갑다. 역시 나는 할리우드 키즈. 후랑크 시나트라, 리처드 위드마크 등 아는 이름 찾으며 걷는데 기념품 가게 앞에 엘베스 프레스리 마네킹이 딱. 아내를 불러 사진 한 판 찍고 나오는데 바닥에 적혀있는 이름. “엘리아 카잔!” 흥분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누구냐 묻는다.
엘리아 카잔 감독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마찬 가지로 “에덴의 동쪽과 제임스 딘”을 모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지금은 연락조차 끊긴 고교 시절의 영화광들이 좋아했던 영화. “존 스타인백 원작, 제임스 딘 주연, 엘리아 카잔 감독.” 의 “에덴의 동쪽” 시나리오 작법 책에도 텍스트로 등장하던 “에덴의 동쪽” 추억 돋는다.
할리우드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배우들의 밀랍 인형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그곳에 들러 제임스 딘과도 한 장. 그의 키가 나와 비슷한 줄은 미처 몰랐다.
이곳에서 꼭 알아야 하지만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이 있다. 도산! 안창호 님! LA카운티와 붙어 있는 오렌지 카운티. 바로 또 하나 미국의 꿈. 디즈니랜드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도산께서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며 독립자금을 마련하셨다는 것과 그분의 큰 아드님이 "필립 안"이란 이름으로 배우 생활을 하셨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귀국해서 국민 엠씨라는 유재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 그 도산의 아드님이 명예의 거리에 헌정되어 있단다. 당연히 다음 미국 여행에서 억지로 시간을 내어 그분의 별 사진을 찍어 왔다. 인종 차별 심하던 시절에 가장 보수적이란 영화판에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리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
쇼핑몰 하이랜드와 돌비 극장을 거쳐 안성기, 이병헌의 핸드 프린팅을 찾던 중 영어로 기독교 전도하는 동양인들을 만났다. 이렇게 열성적인 전도를 하는 민족은 우리나라 교인 밖에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 한국인이세요?" “교회 나오세요.” 역시 우리말이 통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봐도 관광객인데...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하는 전도. 약간은 아이러니하다.
TCL 차이니즈 시어터 앞 유명 배우들의 손도장과 사인이 있는 거리를 한참 헤멨다. 겨우 한 귀퉁이에 찍혀 있는 한국 배우들 안성기와 이병헌의 흔적을 찾았다. 세계적 배우들과 겨눌 수 있는 자랑스런 한국 배우들.
TCL차이니즈 시어터는 겉모습이 중국 형식을 갖추고 있을 뿐 중국과는 인연이 없고 중국 영화 상영관은 더더욱 아니다. 유명 영화 시사회나 이벤트를 많이 하는 극장.
돌비 극장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의 자랑스런 영화 기생충도 당연히 이곳에서 작품상을 당당 수상했다. 그 극장 앞에서 한 컷!
미국 여행기는 일단 여기서 멈추려 한다. 따로 맺음말은 쓰지 않겠다.
막다른 골목은 없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 자체가 여정이 아닌가!
인생 여정의 묘미는 가는 방법도 갈 곳도 예측하기 힘든 뜻 대로 되지 않는 여행이다.
여행기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여정을 그리며 잠시만 얀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