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단장하고 나오니 에어컨이 켜져 있고
차례상 준비 하는 아내는 불 앞에 있다
에어컨 바람에 머리를 말린다
추석 맞아 구월 맞아
아내와 자식들은 상차림
나는 조상님 모시러 엘리베이터를 탄다
제사상은 아파트 12층에
반에 반으로 줄어든 퇴주잔을 조금 덜어 입을 추기며
조상님들 배웅
이건 맞는 것 같다
할아버지 윗대는 뵌 적도 없다
우리 식구들만의 식사 중 화상 통화
미국 사는 외손주들이 한복 입고 절을 한다
한복이 더워 보인다
딸의 말 이제 여기는 안 덥다
열대 기후인 LA보다 더 더운 한국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
무능한 후손의 작은 냉장고에
너무 조촐한 조상님 음식
내일 되면 다 쉰다던 아내의 말이
게으름 탓만은 아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먼저 가신
유난히도 나를 예뻐해 주시던 내 할아버지
할부지요 다음엔 사과 대신 망고 드실지도 모릅니다
소주만 찾으시던 술꾼 우리 아버지
나는 소주보다 양주가 더 좋습니다
아니 주는 대로 먹으렵니다
그래도 내 할 일은 해야겠지
달이 뜨던 구름이 뜨던
달 쪽으로 나만의 추석 소원을 빌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