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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02. 2024

 명화 자이언트 그리고 록 허드슨

영화 세 편의 전설 제임스 딘과 세기의 미녀 리즈 테일러

모처럼 바른 자세로 앉아 감상한 명화 한 편. 자이언트!

유튜브조차 긴 것은 마음에 안 들어 숏 폼을 만든다는 세대들에게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가진 영화가 어떻게 이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든 우리에게는 미국의 대표 미남이라 불리던

록 허드슨과 전설로 남은 반항아 제임스 그리고 말하면 아픈 미녀 에리자베스 테일러의

젊은 시절 모습들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영화가 자이언트다.


자이언트! 거인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다. 영화의 세 주인공! 허드슨, 딘. 테일러 중 과연 진정한거인은?

록 허드슨이 분한 빅 베네딕은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핵심 주인공이자 유일하게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전통의 탈을 쓴 미국의 인습에 젖어 살다 서서히 그 인습을 타파해가는 역할을 맡은 인물.


제임스 딘이 연기한 젯 링크는 가난이란 열등의식에 찌들어  있는 인물. 그  열등감을 이기기 위한 노력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큰 거인이 되지만 돈으로 덮을 수 없는 자의식에 파멸의 길을 가는 인물이다.

주연이라기엔 작은 역이지만 확실히 존재감을 들어낼 수 있는 요즘말로 신스틸러.

"이유 없는 반항"과 "에덴의 동쪽" 단 두편의 영화로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딘이 아인 다른 배우의

젯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역은 딘이 자청했다는 말.


리즈의 레슬리는 동부의 명문에서 서부의 텍사스 남자와 결혼해 너무 다른 문화에 고초를 겪지만 결국은 빅을 변화 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약간은 평면적이지만 자신의 목표는 변함 없는 뚝심으로 밀어부치는

강인한 역할이다.


진정한 자이언트는? 이 세인물을 합치면 지금의 미국 사회가 아닐까? 수 많은 모순점들. 빈부격차, 총기문제,

마약문제, 아직도 남아 있는 인종차별 문제 등등. 이런 것들을 극복하며 아직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지금의

미국이 진정한 거인이며 이것을 대변하는 인물이 유일의 입체적인 성격으로 이 모순들을 담아내는 허드슨이

연기한 베네딕이 아니가 하는 생각.


밀랍인형 박물관에 있는 에리자베스 테일러와 제임스 딘의 모습들. 딘의 키가 나만한 줄은 몰랐다.


게이란 그의 성정체성과 에이즈란 비극적 결말 때문에 저평가를 넘어 기피 인물이 되다시피 했지만 허드슨은

할리우드의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의 연기 중  몇 부분들.


우리 나라의 서울보다 크다는 그의 농장에서 일하는 멕시칸 인부들의 삶을 걱정하는 레슬리의 말에

"동부의 흑인 일꾼들에게는 얼마의 돈을 주냐?"

이 대사는 분명 백인우월주의에서 나오는 대사다. 인종 차별.

레슬리를 끔찍이나 사랑하지만 친구들과의 사업이나 정치 이야기에는 발언권을 제한하는 장면이나 말 타기를 무서워하는 아들 조던에게 억지로 말을 태워 레슬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가문을 이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던 우리 세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 또한 전통을 가장한 하나의 인습이 아닐까?


세월따라 세상은 변하고 빅의 희망이었던 조던은 농장을 떠나 의사가 되고 큰 딸인 주디도 아버지의 농장이 아닌 독립된 작은 목장을 꿈꾸고 막내인 러스는 아예 원수같은 젯 링크에 호감을 나타낸다.


멕시칸 며느리가 견디는 인종 차별에 주먹 다짐을 벌이는 빅. 인습과의 전쟁 선포다. KO당한 그의 몸뚱이 위로 식당 주인이 던지는 푯말. "손님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무릎을 베고 누운 빅에게 레슬리가 던지는 대사!

"샐러드 위에 넘어진 당신에게서 진정한 베네딕가의 승리를 보았다."


이 모든 변화들을 묵묵히 받아들인 빅 베네딕의 모습이 지금의 미국을 지탱해 가는 중산층 아메리칸의 상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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