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아이다호, 그리고 잭슨마을
미국은 모든 게 크다. 국립공원 하나가 서울 크기의 열 다섯 배가 된단다. 그곳에 가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우리는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일박. 그 곳 관광 후 와이오밍주 잭슨마을의 에어비엔비 숙소를 베이스캠프로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겨울옷에다 사위의 옷까지 더해 캐리어를 채우고 LA공항에서 솔트레이크 시티로.
섭씨 40도를 웃도는 여름 방학에 무슨 겨울옷? 그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의 비행. 숙소는 예약되어 있고 6명이 탈 수 있는 차를 렌트하여 솔트레이크로. 이 차가 이번 여행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줄 애마다. 미국의 서부 지역은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 못 하였다. 아니 거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타주의 면적은 우리나라 남북한을 합친 크기다. 그런데 주의 인구가 340만이다.
대중 교통이 수지를 맞출 방법이 없다는 생각. 차가 발이라는 말을 이 번 여행을 통해 실감한다.
솔트레이크. 소금호수.
흘러드는 물이 나갈 곳이 없어 증발만 하기 때문에 호수의 염분이 계속 남아 있단다.
일반 바다의 염도는 3.5%. 사해의 염도는 33%. 이곳 솔트레이크의 염도는 북쪽은 22%, 남쪽은 14%다.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염도다. 그런데 갈매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역시 검색.
물고기는 살 수 없지만 플랑크톤 종류나 새우 등 갑각류는 살 수 있단다.
그런데 크다. 동네 저수지 정도나 보던 눈에는 바다 같다.
수평선이 보인다. 염도가 몇% 고 이런 숫자는 그냥 검색용이다. 여행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느끼고 눈과 가슴에 담아 가는 것이다. 바다 같은 호수가 마음을 탁 트이게 하고 흰구름과 함께 하는 푸른 하늘이 세상사를 잊게 해 준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힐링이 된다.
호숫가에 서니 춥다. 가져간 옷을 모두 껴입었다. 내일부터가 더 걱정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높고 푸른 하늘과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바다 같은 호수를 눈과 가슴에 그리고 폰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소금호수니까.
아무리 물놀이 좋아하는 나지만 호수에 들어갈 생각은 나지 않는다. 사해는 부력이 높아 사람 몸이 뜬다는데 이곳은? 바람막이 겉옷까지 필요한 추위에 엄두도 못 내고 솔트레이크 시티로!
솔트레이크시티는 해발 1300m가 넘는 곳에 세워진 유타주의 주도이자 유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우리에게는 2002년 동계올림픽 당시 오노의 반칙으로 우리의 김동성 선수가 메달을 박탈 당한 곳으로 기억 된다.
호텔에 짐만 풀고 식당 찾아 나섰다. 역시 여행은 바쁘다. 모두 초행길. 두리번거리다 보니 컵밥 식당이 딱.
우리나라 고시촌에서 유래 되었다는 컵밥. 같은 재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송정훈이란 한국인이 미국에서 대성공을 이끌고 있다는 바로 그 컵밥이다. 세계로 뻗어가는 K푸드, 나아가서는 K컬쳐. 어쨌던 기분 좋은 일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일이다. 사실은 문을 열었어도 구경만 하고 식사는 다른 곳에서 했을 것이다. 아내나 나나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한식보다는 로컬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사진만 찍고 바로 옆의 식당에서 일본식 초밥을 먹었다. 로컬 식당 찾을 시간 부족.
여행은 피곤함을 모른다. 아침부터 서둘러 시티 구경. 숙소 옆에 동계 올림픽 기념비가 있다. 인증숏 남기기는 어색한 장소지만 억지로 한 컷. 유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라지만 미국 서부의 중심 도시인 엔터수도 LA에 비해 시골 같은 느낌.
도시 구경하는 사이. 웅장하고 약간은 근엄한 기분이 드는 건물이 있다. 몰몬교의 성지인 템플스퀘어다.
이곳 솔트레이크 시티는 몰몬교도들이 세운 도시다. 일부다처제였다는 몰몬교. 지금은 세속화 되어 그런 악습도 없어지고 유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되었다. 당연히 종교색도 많이 퇴색되었단다.
운이 없는 것인지 템플스퀘어 역시 출입을 할 수 없다. 성지의 엄숙함은 다음으로 미루고 사실은 다시 올 수는 없겠지만 마음만. 차 안에서 보이는 유타재즈의 간판은 음악의 종류가 아니라 유타주의 농구단 이름이란 딸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의 베이스캠프인 잭슨 마을로 차를 달린다.
미국! 배 아플 정도로 큰 나라다. 미국에 대해 자세히 알기보다 수박에 혀 대보는 정도의 구경이 될 수밖에 없다. 솔트레이크시티 관광 역시 겉만 봤다는 느낌.
한참을 달려 아이다호 관광안내소에서 점심. 미국의 서부 지역은 고속도로가 무료이다. 고속도론지 일반도론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이다호 주 선전을 겸하는 관광 정보 건물에 정차하니 감자 그림이 탁!
이곳의 주 생산물이다. 아이다호주의 별명이 감자주란다. 미국의 주요 먹거리인 감자의 주생산지. 미국 전체 감자 생산량의 30%를 담당한단다. 한 마디로 내가 느낀 아이다호주는 농업이 중심인 시골 같은 느낌이었다.
그 큰 아이다호주를 지나 드디어 우리의 베이스캠프인 와이오밍주의 잭슨마을 도착.
산에 눈이 보인다. 이곳 잭슨마을의 고도가 1900m다. 여기서 보이는 산이니 아마 만년설이 아닐까 추측.
근처의 그랜드 티턴 산맥의 산들은 해발 4,000m를 넘는다니 만년설이 맞는 듯.
유타주에서 아이다호주를 지나 와이오밍주의 잭슨마을까지.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나오니 그 사이 눈이 내렸다. 숙소 앞 탁자에 손주들이 하트를 그려 놓았다. 과거에 부르던 산사나이란 산노래에 "아가씨 사랑은요 산에 날씨와 같다오." 변덕 많은 산날씨! 1,900m의 높이를 실감.
직업이 바리스타란 숙소 주인의 배려로 에어비앤비 숙소에 비치된 최고급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여정을 마감한다.
내일은 그리던 옐로스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