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롱고 인디언 보호구역
손주들을 재촉해 차에 올랐다. 역시 여행은 바쁘다. 그건 행복이다. 행복한 설렘. 오늘은 데저트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을 거쳐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다. 2.000m 산에서 CA -18 W 산도로를 거쳐 CA-210E 고속도로를 지나면 1-10E 고속도로다. 여기서 부터 달리면 아웃렛이다. 사실 미국의 서부는 고속도로가 별 의미가 없다. 무료 이용, 프리웨이기 때문에 톨게이트도 휴게소도 없다. 그냥 마을에 들러 볼일을 보면 된다. 따라서 고속도론지 산도론지 구분이 안 된다. 그냥 네비게이션만 보고 가면 된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몇 십, 몇 백 정도가 아니다. 수도 없다. 바람이 거세다는 뜻이다. 땅은 바위가 널려있다. 황무지다.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도로명이 인디언 부족이름이다. 아파치, 체로키 등등. 아웃렛 가는 길에 그 옛날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바로 모롱고 인디언 보호구역. 사막 근처의 황무지, 그냥 돌밭이다. 이곳에서 원주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 보상으로 이곳 카지노 허가를 인디언 혈통의 사람들에만 내어준단다.
고교시절 즐겨 듣던 노래 중에 "폴 리비어와 레이더스"의 "인디언 보호구역"이란 노래가 있었다.
리더인 리비어의 절규. "체로키 내이션, 체로키 피플." 그런데 그 그룹에 인디언 혈통의 가수는 없었다.
또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인디언 혈통의 가수는 없었단다. 미국의 원주민은 인디언이지만 미국 인중 인디언 혈통의 유명 인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무지 탓? 황무지로 내몰리는 인디언들의 참상을 상상하는 사이 아웃렛에 주차.
명품 이름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선물 어쩌고 말이 나올 것 같아 손주들 보며 차를 지키고 있었으나 기어이 체육복 1벌을 들고 왔다. 아빠는 운동하는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말과 콜럼버스데이 할인데이라 반값에 샀다는 말과 함께. 마음이 약간 짠하다. 이국 생활에 많이 힘들 텐데...
미국은 어린이를 혼자 두면 아동학대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법조인이 아이를 차에 두고 아웃렛에 들렀다 머그 사진 찍었던 일이 대서특필 된 것이 며칠 전이다. 덕분에 사진 한 장 못 찍었다. 서둘러 죠수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미국은 넓다. 곳곳에 스쿨버스가 보인다. 낮은 인구 밀도가 원인이라 추측. 학교를 세우는 것보단 버스 운행이 훨씬 경제적 이리라. 신나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춘다. 스쿨버스가 학생들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쿨버스가 멈추면 도로 양편의 차들이 모두 멈추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어느 쪽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미국은 법이 엄하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경찰들이 모두 총을 휴대하고 다닌다. 다민족 국가의 유지 방법이리라. 한참을 달려 죠수아 트리 공원 입구 도착.
죠수아 트리란 선인장과의 나무 이름이다. 잎이 침엽수의 영역을 넘어 가시로 되어 있다. 이곳이 사막이란 의미다. 이 국립공원은 기후가 다른 모하비와 콜로라도 두 개의 사막으로 이루어졌다는데 하루의 관광으로는 두 사막의 기후 차를 실감 하지 못 하겠다. 죠수아 트리란 말은 성경의 여호수아란 말에서 온 말이다.
눈 앞으로 여우가 한 마리 지나간다. 인터넷을 뒤지니 이곳에 사는 것은 여우가 아니라 코요테다. 같은 개과의 동물. 선인장과 바위뿐인 황량한 벌판을 한 참 달려 팜 스프링이 보인다는 전망대로. 키스 전망대. 그런데 kiss 가 아니고 keys view다. 딸이 저곳이 팜스프링이라며 손을 들어 가리키지만 한국 지리도 잘 모르는 내게는 그냥 멀리 있는 황량한 벌판일 뿐이다. 운이 좋으면 더 멀리 멕시코도 보인단다. 오늘은 아님.
미국 서부지역의 산은 같은 높이의 우리나라 산보다 더 웅장해 보인다. 그 이유는 사막 지역인 이곳의 산에는 나무가 없다. (빅 베어 레이크는 예외.)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시야를 가리지만 이곳은 산 밑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더 높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왔던 길을 돌아 나오니 저녁인데 관광객들이 들어온다.
밤에 왜 오냐니. 이곳은 밤의 별구경이 유명하다.. 인공조명이 없고 고도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는데 고도와 별이 무슨 관계인지는 이해 불가. 비박 생각이 간절. 다음 세대에는 밤하늘의 은하수가 교과서에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걱정 아닌 기우가 되기를 빈다.
몇몇 차에 헬멧이 보인다. 내리는 짐 사이에 자일이 딱.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바위가 화강암들이다.
이곳에서 보기 힘든 화강암. 사막에 화강암이라니. 이곳이 암벽 등반 장소로 유명하단다. 20년만 젊었어도...
별과 바위, 아쉬움 가득 안고 LA의 집으로!
약간의 아쉬움! 그 또한 희망이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