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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000m의 호수

빅베어 레이크

by 김윤철

딸 입에서 먹고 싶은 것을 묻는 말이 나오면 귀국일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손주 둘에 이국에서의 신혼생활! 힘들었던 내 결혼 초 생활을 생각하며 모든 것 사양. 그런데 기어이 여행일자를 잡았다. 마음은 짠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큰 곰 호수!” LA카운티 근처에서 유일하게 눈이 내리는 곳이고 집에서 두 시간만 가면 되고 딸네도 꼭 가보고 싶던 곳이란 말에 못 이기는 체 여행준비.


두 시간이면 간다는 말은 과장이고 마트를 들리니 거의 네 시간 걸려 빅베어 호수 도착. 예약해 놓은 펜션에 짐을 풀자마자, 카메라 메고 바로 호숫가로, 사막지역인 이곳에, 눈이 내려 만들어진 호수. 빅베어 레이크.

곳곳에 곰 모형과 표지판들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가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개발 이전에는 이곳에 불곰과 회색곰들이 많이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해발 2000m가 넘으니 우리나라 한라산 보다 100m 정도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LA는 물론이고 캘리포니아주 대부분이 열대 사막 기후다. 어떻게 사막지역에 눈이 내리나?

이곳은 샌버나디노 산맥에 둘러 쌓여 있는 분지다. 태평양의 습한 공기가 고산의 찬기운과 부딪쳐 눈이 되어 내린다. 쉽게 말하면 설악산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추측. 우리나라는 산악 국가이지만 높은 산이 많지 않다. 최고의 산인 백두산도 3,000m가 되지 않는다. 해발 2,000의 호수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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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집들은 한결같이 지붕이 뾰족하다. 눈 무게를 이기기 위함이란 해설. 눈이 많이 온다는 얘기. 손주들과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출발! 차 안에서 호수 구경 후 시내 도착! 관광 안내소에 들리니 우리말이 들린다. 이 외진 곳에도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있다. 아는 척하기도 어색해서 우리끼리 관광지의 호객용 시설에서 사진 몇 장! 사실 이곳은 겨울 스포츠 관광지지만 요즘은 보트나 낚시 등 새로운 관광 시설 개발 중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호수로.


등대와 호수 관광! 카누는 위험하고 보트 관광도 생략하고 낚시꾼들과 몇 마디. 겨울은 교통이 불편하고 여름도 구경거리가 있고, 낚시가 좋아서 가족여행을 이리로 왔단다. 주로 잡히는 고기는 송어라는데 우리나라의 무지개 송어와 같은 종륜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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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웬 등대? 사실은 길 안내용이 아니고 그냥 멋으로 세워둔 등대란다. 사진 찍기 위한 곳이란 의미. 당연히 나도 멀리서 한 컷. 미국 눈 구경을 못 해 약간은 아쉬웠지만 강원도에서 군 생활 할 때는 정말 지겨웠던 눈이다. 눈이 다 같지 미국눈은 별 다르랴 위안 삼으며 펜션으로.


저녁은 아내와 내가 준비. 미국에서 제일 싼 것이 쇠고기다. 그리고 연어, 아스파라거스 정도. 나머지는 우리나라 보다 더 비싸다. 오늘도 역시 소와 연어 스테이크, 그리고 아스파라거스와 함께한 샐러드. 양주까지 한 잔 걸치고 나서, 펜션의 서비스인 통기타로 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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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데저트힐 아웃렛을 거쳐 죠수아 트리 국립공원이 예정되어 있다. 약간의 술기운과 함께 기분 좋게 꿈속으로.


내가 하도 별타령을 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딸이 장노출로 호수의 별 사진을 찍어 놓았다. 이곳 역시 별이 마음에 들게 많은 것은 아니다. 이곳도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겠지. 어린 시절 전기도 없던 후진국의 시골에서 보던 밤하늘은 추억으로만 남아야하는가. 마음을 비우고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출발 준비.


덧붙이는 글. 여행기 정리하며 인터넷에서 찾은 빅베어 레이크의 이상 기후


여름철 고온 현상이 증가하여 평균 27도였던 기온이 30도까지 상승했단다.

영하 5도였던 겨울 기온도 영하 1도까지 올랐단다.

전체 강수량도 줄어들고 대신 집중 호우 현상이 나타나고 산불 위험도 높아졌단다.

지구 환경에 신경을 쓰야겠다는 생각.


d_9hbUd018svc2irdubx1kpya_1n6nhf[1].jpg 저 멀리 흰색의 등대를 배경으로
e_7f4Ud018svcx2y9j9xhv1zv_ap2wqu[1] (1).jpg 숙소에 준비된 기타와 함께 밥 딜런 노래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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