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원

by 김윤철

다음이 이 노선의 종점인 미수역이다. 일반적인 지하철은 종점이 가까워지면 승객들이 줄어드는데 이곳은 별 차이가 없다. 과연 흥미를 가질만한 신흥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폰이 운다. 카톡. 오늘따라 폰이 바쁘다. 역시 단톡방이다.

"동기 본인 별세! 그리고 상주 이름들이 나오고 계좌 번호가 찍혀있다."

이름이 낯익다. 같은 할리우드 키드. "아카데미상은 에리자베스 테일러가 타고 리즈 테일러는 오스카상이다." 아제 개그 아니 할배 개그도 못 되는 농담으로 3년 동안 꽤나 자주 어울렸던 친군데... 벌써... 백세 시대에.

졸업 후에는 가는 길이 다르면 만나기가 힘들다. 이 친구 역시 까맣게 잊고 있던 친구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친구였는데 주소를 보니 시골이다. 꿈과는 다른 길을 간 모양이다. 하긴 자기가 원했던 길을 간 사람이 우리 세대에 몇 명이나 될까? 꿈이 아닌 먹고살 길이 우선이었던 세대. 안타깝지만 조문 가기는 너무 멀다. 역시 디지털이다. 계좌 번호가 있다. 그러고 보니 타계한 동기들도 꽤나 된다. 건강 걱정해야 될 나인가? 그런데 부동산 찾아 낯 선 곳으로?


신흥 도시여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도 많고 차림새들이 유행을 따르고 있다. 괜히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 나는 원래 직장 생활할 때도 옷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서울로 이사 오고 난 뒤부터는 촌놈이란 자격지심 탓인가 옷에 신경이 쓰인다. 아니 확실히 도시는 다르다. 복지관의 노인네들도 거울 앞에서 몸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적은 머리숱에도 정성 들여 빗질을 하신다. 다시 생각하면 머리숱이 적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약점에 속한다. 약점 커버를 위해 더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은 큰 덩치에 살까지 쪄서 옷에 태가 나지 않는다. 그녀석 역시 약점 커버? 야외 모임이 아니면 항상 양복 차림이다. 명품을 입어도 표가 나지 않는 몸매. 그래서 옷에 더 신경을 쓰는가?


지금 입고 가는 내 옷은? 20년 된 옷이지만 낡은 옷도 가격이 싼 옷도 아니다. 단지 오래되어 약간 후줄근할 뿐이다. 당시에는 최신형 등산복이었다. 당시에는 힘들었던 해외 원정 등반. 일본 북알프스 등반 간다며 최신 장비에 속했던 고어텍스 등산복을 큰맘 먹고 구입했다. 꿈에 부풀었던 해외원정. 등산복이니 몇 번 입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냥 일상복으로 입고 다닌다. 몸매에 열등의식이 적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 녀석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좋은 대학까지 나왔지만 다른 동기들에 비해 우월하지 못하다는 열등의식이 조금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 그래서 돈이 되는 부동산에 집착하는가?


사람들이 일어서는 것을 보니 종착역인가 보다. 사람들이 붐빈다. 종착역인 동시에 출발역이다. 다른 곳으로 환승이 된다는 말씀. 예상보다 큰 도시다. 사람들에 휩쓸려 1번 출구로 나왔다. 햇빛에 눈이 부시다. 눈을 비비며 보니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미수역에는 KTX가 선다." 그리고 동네 국회의원의 이름이 적혀있다.

국회의원보다는 내 아내가 훨씬 똑똑하단 내 생각. 아내의 말씀!

"서야 서는 거다!" 그 녀석 찾는 눈에 햇살이 따갑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다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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