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청소기 돌리는 소리 날 때 깬다."
출근하는 캥거루가 아내와 대화할 때 무심코 들은 말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난다. 잇몸병 예방 차원의 간단한 소금 양치와 영양제 몇 알 삼키고 진공청소기로 집안 먼지를 제거한다. 그때쯤 아내가 일어나 아침을 채려 준다. 삶은 달걀과 토스토에 당분이 많은 믹스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노인복지관의 체력단련실로. 체육관 도착 시간 8시.
나이 들어 아침잠이 없어진 탓이 아니다. 한 달여의 병원 생활 탓에 생긴 내 생활 루틴이다. 입원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병원의 하루는 간호사 분들의 몸 점호로 시작된다. 몸무게를 재고 혈압을 체크하고 다음은 아침 식사. 군대 생활만큼이나 힘든 병원 생활이다. 퇴원 후에는 얼마간 조미료 냄새 탓에 외식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병원 냄새를 많이 지웠지만 일찍 기상하는 버릇과 빠른 회복을 위해 운동하던 습관은 여전하다. 면역력 증강에는 근육만 한 것이 없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죽자고 운동을 한다. 여든 가까운 나이에 배에 복근도 살짝...ㅋㅋㅋ
"마지막 정기 검진이다. 위장 내시경 한 번 하자." 병원 가기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 나는 특히 병원을 더 싫어한다. 아내 손에 코가 꿰어 시골의 종합병원으로. X레이 검진 무사통과. 아내가 고개를 갸웃한다. 위내시경 검사 후 젊은 의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시큰둥한 한 마디.
"큰 병원 한 번 가보세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위는 궤양. 약을 타서 집으로. 아내와 다시 위장약 타러 들린 병원의 약국 앞에서 젊은 그 의사분을 만났다. 인사를 하니 내 얼굴을 기억하신다.
"큰 병원 가 보셨습니까?" "아니 아직 안 갔습니다." 마른하늘의 날 벼락같은 소리.
"위장은 약 먹으면 낫습니다. 폐는 악성일 확률이 80 프롭니다. 서울 병원 가 보세요."
서울의 유명 병원까지 소개해 주신다. 그리고 한 달을 기다려 폐암 수술을 했다.
우연이 겹친 필연이다. 몇 개의 우연이 겹친 건가. 사람들은 말한다.
"운이 좋았다." "살 운이다." 이게 과연 운일까. 흔히 듣는 말. 노력하라는 도덕책에 있는 말씀.
"기회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인명재천!" 맞는 말이다. 두 번의 대수술 후의 깨달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히라는 말도 삼가자. 운을 기다리기보다 좋은 운을 찾아 나서자.
오늘도 소금 양치과 영양제를 삼키고 운동복이 든 가방을 챙겨 체육관으로.
러닝 머신이 워킹 머신으로 변하는 노인 복지관에서 무게를 친다. 집에 오면 눈도 뜨기 힘든 정도의 운동을 한다. 여든 바라보는 나이지만 무게 치면 젊은이 소리 듣는 하루다.
무료한 지하철 안에서 옛생각 아니 멍때린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폰이 신호를 보낸다. "카톡!"
그 녀석일까? 아니면 다른 친구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