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 "언제 오냐?" "이번 주 수요일 11시다." "O K"
세월 참 빠르다. 이 친구를 강남의 메밀국숫집에서 만난 지도 1년이 넘었다.
"여는 먼 일이고?" "치과 들렀다가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거기도 치과 있자나?" "임플란트 한다. 돈이 얼만데 큰 병원에서 해야지. 그라고 촌놈 이런 때 아이마 언제 강남 구경 하겠노."
"이제 병원 신세 질 때도 댔다. 나도 보청기 신청해 났다."
"밥은 우짜노?" "안 뜨거운 건 먹을 수 있다." "냉면?"
"아니 너무 찬 것도 안 댄다. 여기 메밀국수 잘하는 데 있다."
"임플란트 했으마 술도 못 하잖아? 차는?" "고속버스로 가지만 이하고 술 마시는 놈 있나."
"오랜만인데 참 머 하다." "얼굴 보마 댔다. 세 시간 차 타고 와서 혼자 국수 참 서글프겠더라."
그 뒤 정기적으로 몇 번 만났다. 보청기 소리에 전화 대신 카톡만 하는 친구.
대구서 학교 나와 시골에서 같이 직장 생 활한 하나밖에 없는 고교 동기. 혼자 시골 두고 나만 서울 근교로 이동해 약간은 미안한 마음까지 있는 친구다. 그 친구는 공기 좋은 여기 두고 왜 서울까지 가서 고생하느냐며 오히려 시골 다시 오란다. 그 친구는 모른다. 부동산의 가치는 공기의 맑음과 반비례한다는 여기의 격언을!
남들이야 하기 좋은 말로 서울나들이 한 번 하는 셈 치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안다. 내가 경험한 일이니까. 수술 후 처음은 세 달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았다. 원래는 여섯 달에 한 번인데 나는 세 달에 한 번. 그만큼 힘든 수술이었겠지. 내과와 외과에서 두 번에 걸쳐 검진을 받는다. 외과 의사 선생님 면담.
"세 달 뒤에 날 받으세요." "내과 선생님은 여섯 달 뒤에 오면 된다는데요?" 젊은 의사의 안색이 변한다.
"내가 필요해서 그럽니다!" 바로 깨갱! 간호사와 세 달 뒤의 날짜를 잡았다.
서울까지 고속버스로 거의 세 시간. 지하철로 환승해서 한 시간. 병원 셔틀버스 10분. 우리나라 유명 병원 치료 정말 힘들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서울 나들이다.
처음은 검사. X선은 기본, 경우에 따라 MRI 나 CT 촬영까지. 이름 모를 검사들도 많다. 혈압과 체중은 당연지사. 다음은 의사 선생님 소견. 왕복 열 시간 가까운 서울길에 의사 면담은 두 분 합쳐서 30분 남짓. 1시간은 무조건 안 된다. 컴퓨터 사진을 판독하시며 하는 말씀.
"별일 없죠?" "네!" "수술 잘 되었습니다." "육 개월 뒤에 뵙겠습니다." 허무하다. 그런데 허무한 게 아니다.
말이 길어지면 큰 일이다. 5년 정기 검진의 마지막에 말이 길어지더니 수술 한 번 더. 도합 십 년을 그렇게 같은 유명 병원에 다녔다. 다행히 두 번만 시골서 검진을 받고 나머지는 서울 근교로 이사 후에 다녔다.
1시간 거리의 경기도 지만 검사일은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치과 다니는 친구는 모른다. 나이 들면 병원 나들이가 잦아진다. 치아도 서울까지 온다면 조금 급한 치료는 당연히 서울이다. 우리나라는 병 걸리면 모두 효자, 효녀다. 모든 것을 떠나 이름 있는 병원만 찾는다. 당연히 모든 유명 병원은 모두 서울 소재다. "서울 공화국!" 친구 걱정 하는 사이 안내 문자가 나온다.
"내리는 문은 왼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