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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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진행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이번 달 키워드는 바로 '조직 문화'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책은 엘라 F.워싱턴의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였죠. 이 책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의미하는 DEI 기조를 중심으로 여러 회사들이 펼치고 있는 DEI 활동을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DEI 기조는 미국 기업 문화를 중심으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기이도 합니다. 한쪽에서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기업 문화의 역할은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수준이 되어야 하므로 DEI가 강조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반대편에서는 기업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여하는 지나친 이상주의라는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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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에서도 저희 역시 딱 잘라 DEI가 옳다, 그르다는 결론을 낼 수 없었지만 '조직 문화'라는 키워드에 맞게 정말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봤습니다. DEI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어떻게 발현되고 정착될 수 있는지, 비즈니스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각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펼쳤기 때문이죠.그리고 이 책의 한국어 원제가 매우 아쉬웠음을 공통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부제인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력으로서의 DEI'가 더 적합한 것이라는 결론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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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직 문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업무의 일정 부분이 인터널 브랜딩에도 맞춰져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래서 가급적 조직 문화 및 관련 요소들을 다룬 책들을 의도적으로 읽으려고도 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원온원', '리더십'은 물론이고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법'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책으로 다뤄지고 있어서 꽤 반가운 마음이기도 하죠. 책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그 주제를 들여다보고 고민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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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조직 문화의 기조는 참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문화가 꽤 조직적이고,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고 오히려 이런 조직의 강점들을 기성의 대기업들이 역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거기에 약 3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은 일하는 형태와 방식, 문화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이 남긴 결과와 과제는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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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 시기를 함께 보낸 저로서도 지난 10년간의 직장 조직 문화를 돌이켜본다면 하나의 큰 축이 이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Work Place'란 개념에서 'Work Community'로의 이동이죠. 과거에는 일터라는 곳이 눈에 보이고, 데이터로 정형화할 수 있는 물리적 형태들에 집중했다면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인 요소와 일터에서 발현되는 타인과의 관계 및 공동체 문화처럼 화학적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따라서 직장이라는 것도 이른바 '일 공동체'인 'Work Community'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제 작은 생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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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에서도 드러납니다. 저도 올해 상반기에는 신입사원 채용에 인터뷰어 등으로 참여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요, 이 일련의 경험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약 10년 전과 비교해 이른바 '채용을 위한 관점'이 확실히 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주니어였던 시절만 해도 (꽤 옛날이긴 하군요... 암튼) 인터뷰어에게도 인터뷰이에게도 '인재상'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즉 회사는 '어떤 인재를 뽑을 것인가'에 대한 인재상을 설정해 놓았고 지원하는 분들은 스스로가 그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가장 큰 기준도 '우리와 fit 한 사람인가 아닌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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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완전히 다른 기준이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는 '과연 이 사람은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다양한 역량과 태도, 인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뒤따르겠지만 적어도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에서 '우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사람'으로 그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 들어오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임팩트가 나타날지가 궁금한 '화학적 관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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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자일한 조직이란 것도, 작고 기민하고 스마트한 조직이란 것도 결국 하나의 단어로 표기하자면 '목표 지향적 조직'이라는 개념에 수렴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애자일이란 개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또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목표 지향적인 관계'로 예측하고 있을 뿐이죠. 우리의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그 안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Work Community'가 된 것은 아닐까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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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회사다워야지 회사가 어떻게 커뮤니티가 될 수 있냐'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회사는 특정한 체계와 규율과 프로세스를 갖춘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말씀드리는 Work Community 역시 그런 것들을 모둔 갖춘 곳이어야 한다고도 봅니다. 다만 앞으로의 조직에서는 개개인의 역량과 역할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강해지고 또 선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뽑는 시절은 이미 지났고 큰 미션 아래 존재하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게 요즘의 조직들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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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조직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편에 걸쳐 한 번 이어가 볼 생각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혼자 만의 뇌피셜을 적용한 얘기가 아닌,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창시한 사람들이 언급하는 중요성을 차용해 보고자 합니다. 꼭 HRD나 조직 문화를 관장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누구나 하나 이상의 특정한 조직에 속하거나 또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누군가에게 오롯이 맡길 일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함께 생각하고 갖춰나가야 할 아주 중요한 공통 과제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싶네요. 그럼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저는 조직문화와 관련한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