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달살이 Day 18
8:50 ~10:20 숙소->우붓
10:20~11:10 스타벅스 구경 및 커피 타임
11:10~13:10 재래시장 구경 및 쇼핑
13:10~13:40 레스토랑으로 이동
13:40~14:40 점심식사
14:40~15:15 테게눙간 폭포로 이동
15:15~16:15 폭포 구경 및 음료 타임
16:15~18:00 우붓->숙소
아침마다 엄마들끼리 커피타임을 할 때면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바로 Ubud(우붓). 어떤 엄마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데이투어를 하고 왔는데 아이들이 덥고 힘들다고 징징대서 제대로 못 보고 와서 아쉬워했고, 어떤 엄마는 캠프에 오기 전 우붓에서 며칠 지내다 왔는데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어 했고, 어떤 엄마는 평일 낮에 엄마들끼리 데이투어를 할지 주말에 딸과 함께 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고 등등.
우붓 하면 따라붙는 키워드는 논 뷰, 재래시장 쇼핑, 몽키 포레스트 체험, 폭포나 화산 구경, 발리 스윙 등이다. 나는 4년 전 발리에 왔을 때, 아융강에서 래프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유명한 우붓의 논 뷰는 이미 봤고, 원래 쇼핑을 그것도 시장에서 하는 쇼핑을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며, 몽키는 어제 일로 치가 떨리고, 폭포나 화산 같은 자연경관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 유일하게 우붓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윙을 타고 사진을 남겨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1가지를 위해 차로 왕복 4시간 가까운 거리를 굳이 가야 하나 싶어 많은 엄마들이 우붓우붓할 때 한 발 물러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저녁 갑자기 오늘이 아니면 우붓을 내가 또 언제 가보겠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를 언제 또 오게 될지도 알 수가 없는데, 생각보다 넓은 발리 안에서 우붓이라는 지역을 또 가볼 기회가 과연 올까 싶었다. 확신이 들었으면 또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향상 어제저녁 급 함께 갈 다른 두 엄마와 새로 단톡방을 만들어 오늘의 일정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8:30까지 오기로 한 기사가 조금 늦어 우리의 출발도 덩달아 늦어지게 되었다. 비가 계속 올까 봐 혹시 몰라 우산도 챙겨 들고 나왔지만, 다행히 우붓으로 가는 길에 비는 그치고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우붓 스타벅스. 인터넷에서 연꽃과 연잎이 둥둥 떠 있는 호수를 배경으로 한 스벅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꽃이 피는 철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연꽃은 없었고, 연잎만 더러운 물 위에 떠 있었으며, 그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아서 첫 느낌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커피로 충전을 하고 사진도 야무지게 남기고 본격적인 우붓 투어를 시작했다.
재래시장 쇼핑.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던 이유는 이미 최근에 우붓을 한 번 다녀온 언니가 이번 주 금요일에 출국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길치라서 골목골목 숨어있는 상점을 다니는 것에는 조금 자신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한 번 다녀와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길을 잃어버리거나 헤맬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그 언니가 있을 때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언니를 필두로 나머지 둘은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드림캐쳐와 옷, 귀걸이, 모자 등을 여기저기서 흥정하고 구입했다.
발리에서 사람들이 꼭 사 오는 물건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드림캐쳐이다. 나도 딱히 누구에게 줄지는 모르겠지만 크기와 색상이 다양한 드림캐처를 15개 정도 샀다. 드림캐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만 꾸게 해 준다는 의미로 만들었던 토속 장신구로, 고리 모양의 수제 장식품인데, 내가 알기로는 몇 년 전 <나 혼자 산다>에서 한혜진이 무지개 회원들에게 드림캐쳐를 선물하는 모습이 방영된 이후 한국에서 인기가 치솟게 되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고 특히나 연예인을 따라 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실제로 본 드림캐쳐의 모습은 유니크하면서도 청량하고 무엇보다 예뻤다. 좋은 꿈만 꾸게 해 준다는 그 의미도 흔하지만 좋았다. 너무 화려한 색으로 사면 금방 질릴 것 같아서 최대한 무난한 색으로만 골랐는데, 딸도 나와 취향이 같은 지 그중에 블랙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드림캐쳐 15개, 귀걸이 3개와 딸 원피스까지 총 560,000 루피아 (한화 약 50,000원)에 득템 했다. 구석으로 더 들어가다 보니 더 싼 게 자꾸자꾸 나와서 나 말고 다른 엄마들은 더 샀지만, 나는 그 정도에서 쇼핑은 마무리했다.
다음 장소는 PISON이라는 음식점. 유튜브로 발리의 곳곳을 이미 세세하게 다녀온 언니가 알려준 곳이었다. 시장을 너무 열심히 돌어다니기도 했고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라 배가 고파온 우리는 음식 4가지에 빈땅을 각 1병씩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음식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푸짐하게 먹었는데, 금액은 541,000 루피아 (한화 약 47,500원). 하지만 바로 옆 테이블의 남성이 계속 담배를 피웠고, 바람의 방향상 그 연기가 우리 쪽으로 모두 날려와 조금 인상이 찌푸려지기는 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스윙, 폭포, 화산 등 여러 후보 중에 현재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우며 숙소까지 돌아가기에도 너무 멀지 않은 곳인 Tegenungan 폭포로 정했다. 폭포가 뭐 그냥 폭포겠지 라며 기대를 1도 안 하고 간 마지막 장소는 정말 안 갔더라면 후회할 뻔했다.
최근에 비가 와서 물 색이 초콜릿 색인 것만 빼면 나머지는 너무 완벽했다. 오르고 내려갈 계단도 많아 오랜만에 운동도 되었고, 생각지 못한 포토존들이 많아 사진도 많이 남겼고, 비치 클럽과는 또다른 분위기인 리버 클럽에서 음악도 흘러나왔고, 돌아오는 길 폭포 앞에서 무지개를 만나기도 했다.
아마 물 색깔이 파랬다면, 폭포 사진을 위주로 찍느라 그 나머지 것들이 눈에 덜 들어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역시 이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질 수 없기에 그 안에서 나름의 소중함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것이 바로 내 앞에 또는 내 안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
폭포에서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생각보다 덜 막혀 잠시 호텔 근처의 마트에 들러 아이들 줄 간식을 사는 것으로 우붓 데이투어를 마무리지었다.
어느덧 발리에서의 일정 중 2/3가 지나갔다. 남은 9일 동안 발리에서 생길 일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