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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n 21. 2024

나와 결이 같은 사람

여전히 매력적인 하저씨



어젯밤, 조금 힘들었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남편이 사 온 팥빙수를 딸과 조금 나눠먹고, 얼굴에 팩을 붙이고 종아리 마사지기를 장착한 후 침대에 누웠다.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핸드폰을 보는 일뿐이어서 쌓인 카톡을 조금 확인한 후 유튜브에 들어갔다.


요즘 딱히 챙겨보는 드라마가 없어서 유튜브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영상을 보는 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2배속으로 보거나 요약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무조건 1배속으로 내 시간이 날 때 보기 때문에 끝까지 다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 만큼 시작하려는 콘텐츠를 나름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내 기준에 부합하는 영상이 딱히 없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끝까지 챙겨본 시리즈는 더 에이트 쇼)


그래서 어제도 유튜브에 들어갔다. 내가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성시경의 먹을 텐데, 신동엽의 짠한 형, 정재형의 요정식탁, 유재석의 핑계고 정도이다. 사실 어찌 보면 그냥 유명 연예인이 진행하는 역시 비슷하게 유명한 연예인이 나와 술을 먹거나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들이다.


얼마 전에 정재형의 요정식탁에 하정우가 나온 걸 봐서인지 어제 또 다른 하정우의 인터뷰 영상이 보였다. 20분 정도여서 부담 없이 재생을 눌렀다. 어찌 보면 짧은 20분 동안 또 나는 하정우의 느릿느릿하지만 그 안에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히 담겨있는 화법에 빠져들었다.


차분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그가 구사하는 세련된 단어, 그리고 이제는 늙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을 때 보이는 소년미에 구릿빛 피부까지. 그는 외적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매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사상(?)은 나와 정말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살면서 그럴 일이 있을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는 그와 꼭 한번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뭔가 무거워지잖아요. 생각도 무거워지고 경험을 하고 뭔가 쌓이면 그만큼 삶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데 마냥 무거워지는 게 싫더라고요. 어렸을 때처럼 철없이 가볍게 그냥 살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유머라고 생각해요.


내 인생의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그 영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리뷰를 따로 남기도록 하고, 딱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바로 독일군에게 끌려가는 와중에 이를 지켜보는 아들이 무섭다고 뛰쳐나올까 봐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걸어가며 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삶이 힘들고 팍팍할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기.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에게서 나는 매력을 느끼는데, 하정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저는 걸으면 사실은 되게 많은 부분들이 해결돼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는 생각인 것 같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거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걱정한다는 거, 걱정이 걱정의 꼬리를 물고 계속 그 늪에 빠지는 거. 근데 걷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돼요.


아 그와 함께 걸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당한 거리 유지. 이것 역시 내가 항상 추구하는 바이다. 심지어 가족과도 나는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가족 외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것 같으면 스스로 선을 다시 한번 그으며 멀어지라고 내 방식으로 경고하는 편이다.(최근에 동네 81 모임 방장을 하다가 나온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유한적이잖아요. 난 이 삶이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이 삶을 온전히 오늘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게 때문에 오늘을 집착하는 것 같아요.


Carpe diem. 내 왼쪽 팔뚝에 새겨진 타투 문구. 그 스스로 집착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도 그렇다. 오늘만 산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만큼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결국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나도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에 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 생각나면 바로 톡을 보내기. 톡으로 충분히 전달이 안될 것 같으면 만나서 얘기하기. 설거지를 쌓아두지 않고 바로 하기(이 부분은 식기세척기를 들인 이후 잘 안 지켜지고 있지만) 등등


짧은 인터뷰였지만,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매력적인 하정우를 조금 더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고, 그가 출연한 영화 《하이재킹》은 가능하면 극장에 가서 볼 계획이다.




https://brunch.co.kr/@2gafour/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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