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불이 닭살 났다."
어느 날, 애착이불에 보풀이 일어난 걸 보고는 아이가 이불에 닭살이 났다고 말했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시선에 웃음이 났다.
사실 애착이불은 아이가 밤기저귀를 떼면서 세탁기와 건조기에 어지러울 정도로 돌아가는 신세였다.
아침에 눈을 떠 발견한 아이의 실수에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엄마, 빨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알지."
혹여나 아이가 반복되는 실수로 의기소침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몸이 고되거나 마음이 지친 날에는 '언제쯤 실수를 안 하려나' 속으로 한숨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꾸짖기라고 하듯이,
아이가 내게 건넨 작은 말 한마디가 하루 내내 나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괜찮다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항상 아이에게 하는 말이지만 나의 표정은 과연, 괜찮았는지...
재촉하고 채근하고 화를 내지는 않았는지... 미안함 마음이 들어 눈물이 왈칵 날 거 같았다.
나의 분주함과 수고스러움만큼 아이도 크느라 애를 쓰고 있을 텐데... 부딪히고 넘어지고 실수하며 아이는 자라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함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조금은 유연하게 아이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어느 인플루언서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가 집을 어지럽혀서 힘들 때가 있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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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으면 그게 없어요. 그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랑을 경험하면서 살 수 있는 거예요."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가도 분명 마음 한편에는 명확하게 알 거 같은 감정이다.
어떻게 보느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따라 나의 육아도 분명 조금은 가볍고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일상일 것이다. 아이는 매일 자라고 있고 곁에서 함께하며 지켜봐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택한 나의 선택, 육아!
시간이 쌓여 바래진 보풀이 아니라 이불에 닭살이 났다는 아이의 맑은 시선처럼, 사소한 일에도 환한 웃음 한번 지을 수 있는 조금은 여유 있는 하루하루가 되길... 그런 엄마가 되어가길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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