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웨덴에 있지만, 한국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 하지만, 한쪽은 스트레스를 한쪽은 도파민을 가지고 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쓰지 않고 있다. (언젠가, 다른 블로그를 통해 연재를 하지 않을까? ㅎ)
아무튼, 그런 뉴스를 보다가 스웨덴에 대한 얘기를 해볼 순 없을까 하다 작년 내가 겪었던 일이 생각이 나서 그에 대한 썰 풀이와 동시에 스웨덴에서 출장에 대한 비용처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1. 사건 개요
나는 작년 2023년 여름에 한국에서 열리는 Advanced Photonics congress 2023 참가하게 되었다.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고 승인이 되면, 발표는 그 논문의 등재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만약 학회에 참석을 안 하거나, 발표를 안 한다면 그 논문의 승인은 취소된다. 그리하여, 제1 저자가 사정상 참석을 못하게 되면, 제2 저자 혹은 다른 저자가 나와서 대리로 발표하는 일도 많으며 아예 아무도 참석 못하는 상황에서는 논문이 취소되는 일도 의외로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참석자체는 필수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당연히 이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 준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학회가 열리는 장소가 Busan, South Korea였고, 내가 고향이 부산은 아니지만 한국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학회가 7월에 열렸기 때문에 여름 방학과 맞물려 휴가도 즐길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푹 쉬고 돌아올 생각에 총 1달에 가까운 여행 일정을 잡았다. 학회 전 1주일, 학회 이후 2주일, 이렇게 내 개인 휴가를 지정하고 학회 기간 1주일 까지 합쳐 1달 동안 한국에서 머무는 일정이었다.
당연히, 나는 이게 가능한지 내 지도교수에게 물어봤고, 뭐 지도교수는 안될 것 있냐? 라며, 본인도 나와 같이 동행해서 한국에서 휴가를 즐기겠노라라고 말했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여러 가지 교수님을 위한 숙소나 여행 일정 같은 것도 알아봐 주고, 여러 가지 팁도 주고 했다. (참고로, 한국이랑은 좀 다르게 나는 교수님을 하루종일 대동하면서 여행가이드를 하거나 마치 의전을 하듯 식당을 데리고 다니진 않았다. 그걸 바라지도 않으셨을 거 같고...)
교수님이 스포츠를 좋아해서 야구경기도 같이 관람했다 그러나 이슈가 발생한 것은 휴가를 다 즐기고 스웨덴에 복귀해서 비용처리를 할 때 발생했다. 이와 관련된 학교 규정은 다음과 같다.
The duration of the holiday must not exceed 50 percent of the total duration of the trip. The holiday must also not exceed 14 days. If the holiday is more extensive than that, the trip is considered to be for leisure and not for work purposes. Travel days in direct connection to the holiday is counted as holiday. In cases where the work duties ends on a Friday and a holiday will folllow, the weekend is also included in the holiday.
한글로 요약하면, 휴가 기간은 전체 여행 기간의 50%, 혹은 14일을 초과하면 안 되고, 이거보다 길 경우 업무 목적이 아닌 여가 목적으로 간주한다라는 것이다. 이 규정이 스웨덴에서 2020년에 개정된 법률에 따른 것이고, 학교 규정도 변경되지 얼마 안 된 부분이어서, 지도교수님이 해당 사항에 대해 잘 모르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래서 학회 기간보다 휴가기간이 더 긴 우리의 여행은 이 규정에 따라서 업무 출장으로 간주되지 않았고, 따라서 발생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결정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I한테 시켜봤다)
2023년 여름에 한국에서 열린 학회에 참가하였고, 이를 위해 1달 동안 한국에서 머무는 일정을 계획했다.
학회 참석은 필수이며, 학회가 열리는 장소가 한국이었기 때문에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스웨덴의 학교 규정에 따라, 휴가 기간이 전체 여행 기간의 50% 혹은 14일을 초과하면 업무 출장으로 간주되지 않아 발생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2. 비용 처리 과정
출장 비용 처리는 사전 보고와 사후 처리 단계를 거친다. 사전 보고는 예상되는 비용을 정리해서 승인을 받는 과정인데, 해당 과정은 학교 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
학교의 비용처리 시스템
사전 보고의 경우, 비용에 대한 예상일 뿐이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계산할 필요는 없고, 대략적으로 이 정도 들 것이다라는 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당연히 실제 비용과 큰 차이가 나면 문제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등록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항목은 교통, 숙박, 식비, 학회 비용 등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휴가에 대한 디테일을 작성하지 않으나, 출장 이후에 비용 처리과정에서는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작성해야 한다.
비용 처리의 경우, 첫 번째로 실제 여행 기간을 적는다. 휴가를 앞뒤에 붙이는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로 집에서 떠난 날짜와 시간, 출장지에 도착한 날짜와 시간, 출장지에서 복귀할 때, 출발한 날짜와 시간, 집에 도착한 날짜와 시간 모두를 적어낸다. 그래서 이에 대한 증명으로 교통비에 대한 영수증을 첨부하게 된다. 따라서, 그 영수증에는 탑승 시간과 장소등의 정보가 적혀있어야 한다. (만약 영수증에 적혀있지 않다면, 추가로 티켓이나 정보가 나온 문서를 챙겨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식비인데, 식비는 휴가기간을 제외하고 1차적으로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위에 여행 날짜를 적은 이후, 휴가 기간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작성하게 되는데, 그 작성이 끝나면 식비는 해당 국가에 맞는 적절한 1회 식사비용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그 비용은 스웨덴 정부의 지침을 따른다고 한다. 그럼 자동으로 계산된 식비를 보면서 학회가 제공한 식사, 호텔이 제공하는 조식 등, 내가 지불하지 않은 금액을 작성하여 해당 금액을 감액해야 한다. 그러니까 출장이니까 비싼 거 먹어야지~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 들리면 안 된다. 반대로 아껴서 먹으면 이득이다 ㅎㅎ 참고로 정부 지침은 2024년 기준 한국에서의 하루 식비를 681 sek (약 8만 원)으로 계산한다. (출처: Utlandstraktamenten för 2023 | Skatteverket)
그리고 내가 지불한 모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작성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금액이 큰 항공권이나 호텔에 경우, 좀 까다로운데 예를 들어 호텔의 경우, 학교에서 호스텔이나 도미토리 같은 저렴한 곳을 이용하라고 강요는 하지 않지만, 5성급 호텔 같은 비싼 곳으로 예약할 경우 그걸 승인하지 않는다. 항공권도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좌석이나 불필요하게 비싼 항공권을 선택하는 것 또한 승인해주지 않는다. 그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경위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게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이런 세부금액의 경우 모두 영수증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냥 금액 처리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추가로, 숙소를 호텔이 아닌 본인 집이나 지인이 제공한 숙소에서 머물면, 그에 대한 얘기도 해야 하며 금액에 대한 지원은 따로 해주진 않는다. 만약 이동을 자차로 했다면, 이동거리를 기입해야 하며 그 이동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유류비가 계산된다. (계산 방식은 정확히 모르겠다) 당연히 휴가기간에 대한 비용 처리를 해주진 않는다.
3. 해결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난 관련된 메일을 HR팀과 세무서에게서 여러 가지 받게 되었다.
실제 받은 메일 처음 받은 메일은 일주일 남짓한 학회 기간에 대한 비용은 학교에서 지불하겠지만, 항공권은 내가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나는 사실 당시에 그런 규정이 있다면, 뭐 솔직히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나는 어차피 한국에 휴가를 갈 계획이 있었고, 그 비용을 어차피 내가 지불할 계획이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오히려 교수님의 경우는 학회가 있었기 때문에 휴가를 한국으로 간 것이기에 조금 상황이 달라서 내부적으로 내 생각보다 심각한 질답과 의견 교환이 있었다.
교수님의 의견은 규정에 따르면 어차피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은 휴가를 쓰나 안 쓰나 지불함은 매한가지이고, 휴가를 포함해서 갔다면 오히려 효율적으로 비용을 아낀 거라 볼 수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 예시를 든다면, 내가 한국에서 휴가를 즐기던 도중에 유럽학회에 참석한다면, 휴가 기간은 출장비용에 포함이 안되므로 원칙적인 비용처리는 한국 -> 유럽, 유럽 -> 한국을 내준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하는 거보다 휴가 기간을 출장기간에 포함시켜서 유럽 -> 유럽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게 만드는 게 합리적인 결정 아니냐 라는 얘기였다.
물론, 위의 예시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고, 규정이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겠지만, 어차피 학회 참석은 필수인데, (논문 통과를 위해) 항공권을 지원 안 한다는 결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우리가 말은 안 하지만, 다른 학과에서는 논문 발표도 안 하고 연구 목적으로 학회를 휴가지로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나 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걸 예방하기 위한 규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른 상황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내부에서 회의를 거쳤고, 나는 그 회의에서 나오는 몇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변만 추가로 언급하기만 했다. 그래서 난 세부적인 내용 자체는 모르지만, 결론은 원칙적으로 비용처리는 불가능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로 학과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생각보다 우리 과는 남는 돈이 많다고 한다. 하하)
4. 끝으로
나는 스웨덴이 우리보다 좋은 나라라고 말하거나, 더 나은 사회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제도, 시스템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스웨덴 시스템의 장점은 투명성에서 오는 청렴함이다. 사생활 침해의 논란이 존재하긴 하지만, 스웨덴은 세금관련해서 굉장히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서 부정을 저지르는 자체가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해외 유튜버들이 카페에서 폰이나 노트북을 두고 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관련해서 시민의식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민 의식이 생겨난 것은 CCTV와 보안 시스템으로 오는 높은 범죄 검거율에 기반했다 생각한다.
너무 주제가 무거워질 수 있어서 깊게 얘기는 안 하겠지만, 나는 애초에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스웨덴의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투명함을 요구하는 행동을 공격으로 써서도 안 되겠지만, 정치적 공격으로 판단해 거부하는 것 또한 안된다고, 양비론을 설파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