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배가 불러 보리농사를 짓는 사람이 드물지만
예전에는 보리 농사와 쌀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식구들 양식을 대기란 쉽지 않았다.
비료도 없었고 종자도 토종이라 소철이 별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료 대신에 소마구나 돼지마구에서 나오는 퇴비를 뿌리거나 변소를 퍼서
주로 농작물에 주었다. 그러다 보니 채독이 많이 올랐다.
보리는 가을 나락을 베고 나면 논을쟁기로 갈아 엎어서 보리 씨앗을 뿌렸다.
싹이 파랗게 돋아난 보리싹은 추운겨울날씨에도 얼어죽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다가
따뜻한 봄날이 오면 무럭무럭 자라나 이삭이 패고 알이 영근다.
넓은 들판에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는 온 벌판이 바다의 수면처럼 푸른데
보리는 가녀린 보릿대를 이리 저리 부댓끼며 파도가 굽이치는 모습으로 바람을날려 보내곤 했다.
나는 우리 가곡중에 보리밭을 좋아한다.
보리밭은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으로 1952년 부산 피난시절에 작곡되었다고 한다.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 노래를 들을때마다 보리밭이 눈에 선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보리를 심고 밭을 매기도 하고 보리를 낫으로 베어 말려서
타작 마당에 쟁여놓고 도리깨로 타작도 했기 때문이다.
보리겨는 여름에 모캐불 놓기에 안성맞춤이다.
불길도 확 타오르지 않고 모락모락 타면서 연기를 뿜어 내기 때문에 불이 오래타고 그 동안에는 모기들이 달려들 수가 없엇다.
얼마전부터 집사람이 웰빙식이라며 식사를 보리밥으로 대체하였다.
내가 당뇨약을 복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심한 편도 아닌데 나를 당뇨환자로 취급하고 있어 어떤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어릴 때 보리밥을 하두 많이 먹어서 소원이 쌀밥을 실컷 먹어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보리밥이라구? 보기도 싫은 꽁보리밥을!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보리밥은 나는 싫다
보리밥뿐만 아니라 때를 늘린다고 고구마와 고구마밥도 많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