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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기 Nov 21. 2023

내가 너에게 닿기를 <너와 나>

그리고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의 긴 머리가 잘려있었다. 짧은 머리로 잘라볼까하는 고민이 꿈 속에 반영된 것인지 싶기도 했는데 타인에 의해 잘린 머리는 해몽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꿈 속 나의 머리가 진 세버그같다는 생각이 들어 잘 스타일링하면 괜찮겠는데 하는 긍정의 마음을 가졌었다. 꿈이란 인간이 상상하기 너무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 꿈으로 시작되는.

 그 날 아침은 상쾌하고 일상의 분주함이 타자화된 나의 시선은 드라마의 조연처럼 배경을 잘 받쳐주고 있었다. 하루를 준비하고 업무를 지속하고 배가 침몰했다는 뉴스는 외국의 이름 모를 나라의 일처럼 아득했다.

'전원 구조'가 주는 안도감. 그 후.......

 수학여행 하루 전, 빛이 과한 교실의 풍경. 잠을 자는 세미, 다리를 다쳐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하은, 이상한 꿈을 꾼 세미는 하은에게 꼭 할 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꾸 어긋나게 되고 진심을 확인하고는 수없이 되뇌이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우리는 큰 일을 겪으며 살아있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행동한다. 살아있기에 가능한. 언제는 잊지 않겠다고 하더니 가끔은 너무 놓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고 자문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형인 사람이 있고 정작 잊지 말아야 할 이들은 소멸한 불씨처럼 남겨진 재를 처치곤란으로 보곤한다. 이 영화는 세월호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말그대로 사랑을 말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 외에 동물에 대한 사랑 역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상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까이 정을 나눈 모든 것들의 상실, 위로가 필요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는 만날 수 없는 영화였다. 영화관을 찾아 명동 극장을 찾아 몇 안되는 관객과 함께했다. 영화에 똘이아범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하은이에게 고통을 주는 악역(?)에 가까운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박정민이 분해 피식하니 웃음을 선사했다. 이 부분이다. 그에게 미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독이 어쩜 이렇게 여고생의 마음을 잘 알고 세밀하게 묘사했을까 싶다가 스토커를 이렇게 다루다니! 스토킹의 공포 일상을 마비시킨다.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는 말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그려내고 함께 나눌 수 있음으로 많은 이들이 보길 원한다. 원하는 장소, 시간은 어려운 것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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