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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피 Mar 31. 2022

오지랖도 적당히 해야하는데 말이죠.

글쓰기연습 003

나는 프로 오지라퍼다. 사사건건 모든 일에 참견하는 건 아니지만 일과 관련된 것들 중 부적합하거나 비효율적인 것들이 보이면 거의 반사적으로 오지랖을 부린다. 물론 최소한 때와 장소, 상대를 안가리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자체 필터링 결과 GO 사인이 떨어지면 망설임 없이 오지랖을 부린다. 다만 그 필터링 기준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관대한 편인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마도 내 오지랖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오지랖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꽤 있다. 오지랖으로 말한 내용이 그 자체로 유용해서 도움이 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오지랖을 계기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도움이 된 경우도 많다. 간혹가다 내가 부린 오지랖이 도움이 되었다며 누군가 감사인사를 전할 때면 형식적인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뿌뜻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서로 윈윈한 느낌? 나는 즐겁게 오지랖 부려서 기분이 좋고 상대방은 도움이 돼서 좋고. 


물론 오지랖이 방해가 될 때도 종종 있다. 보통은 시간이 촉박해 지체하면 안되는 상황이거나, 이미 다 얘기한 내용인데 나 혼자 모르고 뒷북을 쳤거나 혹은 나 혼자 착각을 한 경우다. 다행히 그런 상황들은 눈치채기 어렵지 않아 사전에 오지랖을 중단할 수 있지만 가끔 그러지 못해 상대방에게 방해가 될 때면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문제를 자각한 즉시 최대한 정중히 사과하고 빠르게 퇴장한다. 괜히 변명한답시고 몇마디 덧붙이면 괜히 상대방 짜증만 돋군다.


세상 모든 일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좋은 일이 될수도 나쁜 일이 될수도 있지만 뭐가 됐든 적당히 하는게 좋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지랖이라면 더더욱. 아무리 도움이 된다 한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이걸 몰라서 그동안 오지랖 부리고 다닌건 아니지만... 오지랖을 주제로 글을 쓴 만큼 나도 앞으로 오지랖 좀 적당히 부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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