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자취 경력이 오래된 데다가 건강하게 잘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음식 재료, 요리 과정, 플레이팅까지 신경 쓴다. 출근하는 주중에도 여유 있는 아침이면 반찬 한 두 가지는 뚝딱 만들어낸다. 약속 없는 금요일 저녁이면 장을 보고와 주중에 먹을 반찬 서너 가지를 만든다. 그래서 주말을 앞둔 날이면 청소하랴, 요리하랴 바쁜 애인의 목소리를 오래 들으려 통화를 길게 했다. 어쩐지 들떠있는 모습이 좋기도 하고 요리를 하며 일일이 말해주는 게 재밌었다.
애인이 요리하는 걸 직접 보는 날이 많아졌다. 함께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애인은 주중이면 하루 빼곡하게 일하고 운동을 한다. 가끔 일찍 끝나는 날이면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그것도 오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리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다. 주말을 앞두고 함께 마트로 가 장을 보는데 애인의 선택에는 거침이 없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레토르트/반조리 제품을 사도 플레이팅에 신경을 쓰니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그 정성이 진하게 배어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가 인덕션을 켜고 무를 꺼냈다. 초반에 요리하고 있는 애인 곁에 서서 얼쩡거리던 나는 이제 익숙하게 다른 일을 찾아 하거나 더 누워있는다. 어느 정도 했는지 지켜보다가 반찬을 꺼내고 밥을 퍼 담았다. 애인은 그 사이에 갈치조림과 무나물을 담아 테이블에 놓았다. 유튜브를 틀어둔 애인의 귀에 한창 종알거리며 밥을 다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한다. 아주 가끔 내가 하는데 오늘은 애인이 하는 대부분의 날 중 하루였다.
어제 가져온 5년 일기장을 오늘 아침에서야 채우는 애인. 그 사이에 나는 바닥 청소를 하고, 몇 줄 되지 않는 하루를 적어낸 애인은 빨래를 돌린다. 환기를 시켜 아침 먹은 기운을 모두 내보내고 나니 상쾌하다. 건조기에 빨래를 돌리고 각자 출근/외출 준비를 했다. 내가 출근하게 되면 이런 평화로운 아침을 만끽할 수 있을까 싶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