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 일상은 이어진다.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나고야 마는, 인사 자체로 점철된 것이 결혼식이다. 사이사이에 전해 들은 서운함은 언젠가 뜻하지 않은 기회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저 여유를 더 많이 가지고 살기 위해 하루하루 잘 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결혼 후 친구와 직접 만나 결혼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친구는 결혼하고 나니 어떠냐, 달라진 게 있느냐고 하는데 나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나'를 '우리'로 마침내 인정하며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더해졌을 뿐. 우리는 같이 산 지 이미 1년이 다 되어간다. 살던 집 계약이 만료된 후 이사를 하며 출퇴근 소요 시간이 늘어나고, 관리할 공간이 조금 늘어난 것 말고는 여전하다.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2주 동안 양가에 인사를 다녔다. 더 확장되고 어쩐지 더욱 가까워진 가족들을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장을 마음속 한구석에 두고 다녔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설렜다. 이제는 별일 없는 주말을 집에서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조금 들었다. 침대에 늘어지게 누워있거나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동네 구경을 하는 시간을 가끔 가지지 않을까.
인상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딱히 겉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는데 전보다 드러내는 감정이 덜해졌다. 당장은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없고, 따지고 싶은 상황도 없고 이제는 따질만한 일에도 화부터 내지 않는다. 조용히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큰 소리 내지 않고 저걸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필요한 경우 말하면 되지만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상대에 따라 쓰는 단어나 톤을 달리하려 애쓴다.
위에서 말했든 결혼식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우리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난생처음 뮤지컬을 본 후 다른 작품을 예매했고, 짧은 해외여행 일정도 이미 달력에 써두었다. 양쪽 원가족과의 만남도 약속되어 있고, 각자 내년에는 쓰거나 만들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서재 한쪽을 비워두었다. 종종 맛있는 걸 먹고,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여전히 남은 인사를 이어가다가 올해 다 갈 것 같다. 내년에는 인사를 덜 하고, 우리 혹은 각자의 시간을 더 보내겠지. 항상 행복한 시간보다는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것을 하며 지내고 싶다. 그러다 문득 뒤돌았을 때 쌓인 시간을 보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