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건지 내가 잘못된건지
요즘은 나도 모르게 친구를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어제도 근처 사시는 분에게 연락 한 번 하자고 마음만 먹고 있다가 만났다. 나를 무척 좋아하시는데, 사실 나랑 비슷한 사람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나서 이것저것 먹고 걸었다. 그런데 만나고 오니까 잘 만난건지 잘 못 만난건지 잘 모르겠다. 친구를 만나고 나서 아 참 즐거웠다, 이런 경우가 왜 이리 안 생길까
이분을 만나고 집에와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 사람을 재단했다. 그 사람의 모순, 내가 본 그 사람의 오점 이런 걸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내 문제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하며 점점 화가 났다.
문제는, 나다. 나야말로 나를 좀 이해해주고 내가 요즘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이런 게 답정너 아니겠는가?
유머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일 수도.
어제 읽은 책에도 그런 구절이 있었다. 자아의 거품을 빼면 사람이 고귀해진다고. 그런 고귀한 사람이 되어야지, 자아로 빵빵하게 부풀어서 자랑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굴면 안 된다.
그런데 그분이랑 이야기하면서 걸어오다보니 내 인생이 총체적으로 문제 덩어리 같았다. 아이들은 남보다 못하고 집이 없고 남편은 수입이 들쭉날쭉하고 나는 크게 이룬 것도 없이 푼돈이나 벌고 있고 아이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나 사는 데만 바쁘다. 이런 자기 판단이 들면서 이틀이 지난 오늘 아이들과 남편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친구를 찾는 노력은 이제 진지하게 그만둬야 할 것 같다. 누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 자체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누군가 옆에 있을 때 함께 웃는 그 순간의 소중함을 그대로 간직하자. 그리고 내 자아를 줄여서 햇빛 속으로 녹아들자.
다시 고귀한 나, 태어난 그 모습대로 고귀한 내 모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