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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Feb 23. 2022

체해서 못쓰겠어

배가 아프면 한 글자도 쓰지 못한다

삼일을 내리 앓고 나니

감기 기운이 잦아들고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물러갈 줄 모르는 추위가 피부에 남아 자꾸 움츠리게 만들었고

나는 아내를 졸라 설렁탕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뜨끈한 국물을 한 사발 들이켜면

남아있는 감기 기운도 흔적 없이 사라지리라 확신했다.


큰 실수였다

항상 보통을 시켰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특'을 주문했다.

고기가 두 배로 들어있다는 특 설렁탕을 먹으면 병도 두 배로 빨리 나을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특별하게 급 체 했고,

잘 회복하던 몸은 두 배 더 큰 병을 얻어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식중독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겨울에 뜨거운 국물 마시고 식중독에 걸렸으리 만무하지만...

이상하게 지끈거렸던 두통과 몸살, 그리고 보통의 소화불량을 훌쩍 뛰어넘는 고통이 있었다.


다행히(?)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재택근무로 업무시간을 버티고 나면, 침대로 도망가 잠드는 날을 내리 삼일을 보냈다.


그러고도 병이 호전되지 않아 병원 약을 지어먹고 꼬박 이틀을 더 끙끙거리고 나서야, 

조금씩 살아있는 짓들을 할 생각이 들었다.


끙끙 앓으며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이따금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보면,

글쓰기에 분명 진심인 거 같은데...


아픈 몸을 무시하고, 불과 같은 열정을 활활 불태우지는 못한 것 보면, 

핑계대기 바쁜 설익은 열정밖에 가지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니.

변명이 남지 않을 때까지 그저 열심히 쓰고 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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