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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이지만 괜찮아

아직 어른을 꿈꾸나요? <어바웃 어 보이>

by 다윈이야기 Aug 13. 2020

아버지의 유산 덕에 백수로 살아가는 싱글남 윌(휴 그랜트)은 행복하다.  

하긴 누구라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혹자 이 영화를 휴 그랜트가 행복을 찾아가는 소박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는 한 번도 불행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다. 그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준 마커스(니콜라스 홀트)조차 윌에게는 약간 신경 쓰이는 '좀 특이한 녀석'일뿐이다.


<어바웃 어 보이(2002)>의 목표는 애초에 윌의 성장 영화가 아니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굵직한 전개들도 윌에게는  작은 해프닝처럼 보인다. 영화는 그가 진짜 어른이 되었는지 아닌지 명확하게 설명하려는 의지가 없고, 종반에 이르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어바웃 어 보이>는 마커스를 위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은 이 영화의 잔상으로 마커스(니콜라스 홀트)의 마지막 미소를 떠올린다. 윌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는 본인의 행복을, 성장을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충만했으니까.


이것이 윌 프리먼을 위한 영화였다면 많은 부분이 달랐어야 한다. 섹시한 유부녀를 꼬셔서 하룻밤 보내보겠다는 이 철없는 악마의 꼼수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 물론 레이첼(레이첼 와이즈)은 그에게 과분한 여성이지만 이건 캐스팅의 실수이지 시나리오의 문제는 아니다. 이토록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상대역이라니...


우스개 소리지만 워킹타이틀은 종종 과분하게 아름다운 여배우를 출연시키면서 드라마의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프렌치 키스>, <노팅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타임> 등등




윌은 자신의 행복을 나눌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숨 쉴 틈이 충만했고, 마커스는 그 빈자리에 자신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쉽게 확신한다.


뒤늦게 영화의 후속 편이 나온다 해도, 윌 프리먼은 결국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가족이란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이 모던 패밀리가 행복했던 진짜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진짜'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확실한 결합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 <어바웃 어 보이>의 미덕이 있다. 


오지랖은 적당하고 선한 마음은 과하게 넘치지 않는다. 이 적당한 무관심과 거리두기가 오히려 편안함을 선물한다. 너도나도 확실한 마음만 보여달라고 난리인 세상에서, 이 허술한 결말이 온기를 전한다. 굳이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사가 얼마나 따듯한가.


영화는 인간이 모두 섬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들은 바다 아래로만 연결되어 있다.

때때로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하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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