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려는, 그래서 더 짙어지는 꿈.

흔들려도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처럼

by 여 백




○『존재의 증명 1』의 마무리


.시작하는 존재의 꿈.

혼자서 힘을 내봅니다. 삶의 의미를 다잡아 봅니다. 푸른 하늘을 보며 꿈을 꾸고, 지나간 선택을 그저 긍정해 봅니다. 끊임없이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시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멀리 선 나무의 나뭇잎들은 음악을 닮았나 봅니다. 그들이 모인 곳에서는 아름다운 합창이 한창입니다. 그들에게서 해 같은 꿈을 배웁니다. 꿈을 꾸기 위하여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려 합니다. 다른 길로, 걸어 봅니다. 그 길 위로 투명하게 환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여전히, 아직은 혼자지만 기다려 봅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길동무의 메아리를.



.푸른 꿈을 꾸는 일.

메아리를 기다리며 생소한 길을 걷습니다. 생소한 길을 걷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순간 멈춰 서기도 하지만, 꿈을 꾼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안함과 희망이 뒤섞인 하늘 아래를 걷는 것, 태풍 같은 혼란이 가득한 공간에서 여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마치 청춘을 닮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함께 푸름을 바라며 걷던 일을 기억합니다.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시간들. 다른 사람의 언어를 듣기 위해 귀 기울이던 모습들. 작은 풀꽃들의 모습에서 그 시간들을 발견합니다.


정신없이 걷던 발길을 멈추고 잠시 무릎을 굽혀 앉습니다. 햇살이 한가득 담겨있는 미소. 환한 이 빛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자고 가만히 마음을 쥐어봅니다. 그 순간, 문득 노란 나비 하나가 날아오릅니다. 동네 산책길에 있는 버드나무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나는 시원한 바람 따라 흥얼흥얼 노래 부르던 나무의 푸른 꿈을 생각합니다. 역시 나무는 시를 닮았습니다. 그 시를 마주하며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다시 길을 걷습니다.



.깊은 밤에 꾸는 꿈.

환한 미소를 향하는 발걸음 위에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옵니다. 깊은 밤입니다. 너무 어두워서 소리조차 눈을 감고 있는 시간. 더듬어 가고 있지만, 자신의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도무지 같은 어둠이 끝이 없는 사막처럼 이어집니다. 그 위에 초록색 사자 한 마리가 녹아내릴 듯 걸어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꺾여 버리면 좋을 무릎으로, 바로든 시선을 지지하며 나갑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 적정寂靜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메마른 열기의 사막 위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돋아난 작은 새싹. 애처로운 그 눈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름답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길을 걷는 발걸음 멈추고 그 아름다움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도무지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시간이 물속에 잠깁니다. 어쩌면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깊은 밤의 끝도 기다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속도를 늦춰 보길 스스로에게 권해 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한 참을 가슴에 머금습니다. 고개를 들고 답답함을 하늘 위로 토해내 버립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서 누군가의 시선을 발견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마음을 발견합니다.


또 다른 어느 날, 숲 속 나무들의 수많은 가지들 틈을 걷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지혜를 발견합니다. 누구의 시선도 바라지 않는 깊은 고요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진심을 발견하는 시선. 그곳에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깊은 밤을 피해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일상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침묵하고 있던 그림자가 묻습니다. "결국, 어린이는 멸종하겠지?" 대답 대신 어느 시인의 바람이 떠오릅니다. 목적 없이도 손 흔들어주던 아이들은 어디에고 있다는 걸 알고 싶다던. 깊은 밤하늘 위에 작게 빛나지만, 그 무엇보다도 큰 달 하나가 떠있습니다.


어둠이 짙던 날, 엘도라도를 생각합니다. 새벽의 여신이 남겨 놓은 황금빛 희망을 바라봅니다. 푸른 숲을 바라던 봄날의 시간들이, 이 깊은 밤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바랄 뿐입니다. 부디 깊은 이 밤이 단순한 어둠이 아닌, 푸름의 극한이길. 아니, 깊은 밤은 어둠이 아닌 푸름의 극한입니다.




○『존재의 증명 2』의 시작


그동안 '매거진'에 에 담아오던〈존재의 증명〉을 '브런치 북'에 담아 보았습니다. 전부를 담을 수는 없기에 순서대로 담을 수 있는 만큼을 모아서『포토에세이 - 존재의 증명 1』이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그래서 이 뒤에, 남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현재 저의 브런치 매거진인 〈존재의 증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남은 이야기들과, 여전히 탈주중이기에, 조금 더 쓰이게 될 이야기들은 마저 모아 담아서 『존재의 증명 2』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인상주의 풍경화 같이 다소 추상적인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만의 탈주에 어떤 긍정적 영감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