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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딴지 Apr 29. 2023

그리운 두 선생님

1984년 고교시절.

시커먼 뿔테, 중년의 국어 선생님

1단원, '시'

"이육사의 '광야'만 놔두고 나머지 '' 모두 찢어버려라!"


"너희들이 찢어버린 시들은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잡이 노릇을 한 인간과 사상을 가진 자들의 글이니 배울 가치가 없다"

"글이란 글 쓴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수업은 1단원에서 '광야' 하나만을 배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갔다. 이런 수업은 처음이었다. 

졸음이 확 달아났다.


장발 머리, 키가 유독 컸던 젊은 사회 선생님

"너희들 남부OO도로가 왜 만들어졌는지 아느냐?"

선생님은 군부 독재의 만행과 사회 부조리 대한 이야기를 실감 나게 해 주셨다.

교과서에도 참고서에도 없는 진짜 이야기에 졸음이 확 달아났다.


두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랐다.

두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다.

처음으로 공부란 놈이 궁금했다.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되었을 때

두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이유를 묻지 못했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새로 바뀐 국어와 사회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비슷했다. 교과서 밑에 참고서가 숨어 있었고 그 내용을 학생들이 받아적도록 읽었다

다시 졸음이 확 쏟아졌다.


두 선생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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