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란 역시 돈을 써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사치는 타인의 서비스를 받을 때 진정으로 느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마련한 것을 누리는 것은 어쩌면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다. 일상의 노곤함과 무거움에서 벗어나, 따스하고 포근하며 풍성한 즐거움을 맞이하려는 우리의 사치는, 그것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 과정의 기쁨마저 당신의 사치로 삼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통속적인 사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알베르 카뮈의 ‘여름’에서 언급된 ‘밤의 사치스러움’이라는 표현에서 출발한다. 밤의 사치스러움이란 무엇일까? ChatGPT는 이렇게 말한다.
삶의 순간적인 풍요로움이나 아름다움, 그리고 감각적인 경험에 대한 깊은 인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순간의 풍요: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행복이나 충만함의 순간.
• 감각의 즐거움: 자연 속에서 느끼는 바람, 물, 흙의 촉감이나 풍경의 아름다움 등 오감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
• 존재의 기쁨: 특별한 이유 없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느끼는 깊은 기쁨과 만족감.
• 순간의 완전함: 특정 순간이 완전하고 충만하다고 느끼는 경험, 예를 들어 황혼의 빛을 바라볼 때의 감동.
• 시간의 부드러움: 시간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조용한 밤, 그 고요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여유.
• 자연과의 조화: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감각, 예를 들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 내면의 평화: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
여행의 기반은 돈이다. 적어도 걸어갈 거리를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동하는 순간부터 돈이 사용된다. 사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자꾸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미안하긴 하다.
위에서 언급한 항목들을 보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충만함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여행에서 얻거나 일상 공간을 벗어나 얻을 수 있는 감각들이다.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 있어야 한다. 적어도 뒷산 언덕 정도는 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 항목들 중 굳이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충만함에 주목하고자 한다.
결혼 전, 나의 사치는 단 하나였다. 월급날 저녁에 맞춰 직장 인근의 4~5성급 호텔을 예약해 두는 것. 연회원에 가입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했다. 나만의 사치를 위한 준비였다.
급여가 입금된 날, 특히 평일 저녁이 좋았다. 모두가 일상 속에 바쁜 저녁, 나는 대우받는 공간에 입실한다. 미리 청소된 방, 밤새도록 틀 수 있는 에어컨디셔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나 혼자 있는 공간이었다. 대인 서비스가 주된 업무였기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시작된 나만의 사치였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평소에 마시지 않는 술과 간단한 안주를 준비한다. 평소 마시는 술이 소주나 맥주라면, 그날은 중국 술, 일본 술, 혹은 싱글 몰트 등을 준비한다. 다음날 출근할 복장도 준비해 둔다. 자가용이 있다면 더욱 편리하다.
체크인 후, 방에 들어가자마자 가방과 옷을 모두 벗는다. 불도 모두 끈다. 침대에 누워 시각과 미각을 어둠으로 차단하고, 청각과 피부 감각에 집중한다. 방음이 잘된 방은 매우 조용하다. 간혹 대로변에 위치한 방이라면 약간의 외부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온몸의 힘을 빼고 스스로를 바람 빠진 풍선이라고 상상한다. 손끝과 발끝, 머리끝까지 온몸의 힘을 빼고, 사지 말단으로 한 달간의 스트레스가 빠져나간다고 상상한다.
인체의 신기한 점은 반복하면 상상한 대로의 느낌이 실제로 감각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워크숍에서 마인드 컨트롤 수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워크숍에서는 적절한 음악을 틀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느껴지는 소리와 피부 감각에 최대한 집중했다. 아마 1시간 정도 유지했던 것 같다. 보통 저녁 8시에 입실해 이 자세를 취하다가 일어나면 9시가 가까워지곤 했다. 전날 철야한 날이면 잠들기도 했고, 그 이후에는 알람을 맞춰두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탕에 물을 받고 몸을 담갔다. 집에는 샤워 부스만 있었기 때문에 몸을 담그려면 대중목욕탕에 가야 했다. 따뜻한 물속에서 긴장된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10분 정도 몸을 담근 후, 씻고 나와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방으로 돌아간다. 혼자 있는 방이기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
그 후엔 영화를 튼다. 미리 찜해둔 영화가 가장 좋다. 술을 잔에 따르고 천천히 마신다. 회식 자리에서 태풍처럼 마셔야 했던 술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와 주량에 맞춰 천천히, 영상에 집중하며 마신다.
이것이 미혼 시절의 나만의 사치였다.
당신의 사치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