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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30. 2024

공급이라는 시각의 사치

* Jennifer Uppendahl, Unsplash


일반적으로 사치는 필요 이상의 소비, 즉 수준 이상의 소비를 의미합니다. 윤리적, 도덕적 관점에서 이는 과도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쾌락 추구나 영혼과 육체의 약화, 몰락의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치를 일상에 끼워 넣어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위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일탈의 긍정적 측면은 과도하게 몰입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분위기와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기회로 여겨집니다. 평소와 다른 화장, 옷차림, 식사, 또는 익숙한 커피 메뉴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색다른 경험이 주는 즐거움을 일상에 추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개념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치는 소비의 범위 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편중된 시각이 아닐까요? 그래서 좀 다른 시각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사치를 소비가 아니라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소비가 바깥으로 표출되는 행위라면, 공급은 내면으로 수렴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관점에서는 여전히 소비입니다. 일상 자체가 시간의 소비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시간의 소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공급이라는 방향으로 관점을 맞추더라도, 시간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소비입니다. 행동은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며, 시간을 수렴할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시간은 약속과 이해를 위한 도구일 뿐, 실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시간을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맞추어 체감할 뿐입니다. 태양이 동쪽에서 나타나 서쪽으로 사라지는 과정은 직선 운동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시간을 흐르고 소모되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멈추면 시간이라는 색인은 그 지점에 머물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은 소비 외에는 적용할 개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치를 공급, 즉 수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공급도 시간을 소비하긴 하지만, 의미적으로나 가치적으로 공급은 저축과 유사합니다. 수렴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소비하는 개념입니다. 즉, 멈춤, 수렴, 담아두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사치로서 공급은 어떤 것일까요?


영업이든, 프로그래머든, 모두 책상물림입니다. 책상을 앞에 두고 근무하는 책상물림들입니다. 책상물림의 본래 의미가 세상을 모르는 공부쟁이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제 이야기에서는 확장된 개념으로 적용됩니다. 세상은 책상물림들이 조정합니다. 과한 생각이지만 한 면만 강조된 표현이자 은유일 수 있습니다. 대단한 힘이 있어 보이는 책상물림은 모두의 선망입니다. 더 높은 자리의 책상에 앉기 위해, 그 오름의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유학을 가고, 상위 학력을 쌓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력은 어떤가요? 작은 회사보다는 큰 회사, 정체된 회사보다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직접 업적을 세우기 어려운 조직 생활이지만, 큰 회사, 성장하는 회사에 앉아 있다는 자부심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자리는 매력적입니다. 연봉이 수억을 넘는 경영진이 바로 그렇습니다. 연봉의 크기는 그 자리에 매어 있는 책임의 크기와 비례하지만, 그 직위를 획득하기 위해 어두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노력들이 오늘도 이어집니다. 따라서, 제가 이야기하는 책상물림은 무시의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상물림의 자리는 하나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약점은 경력 단절 시, 다시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몇 년 동안 일을 하지 못하면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직장 동료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퇴직하고도 파워포인트를 다룰 것 같아? 파워포인트로 아무리 훌륭한 문서를 만들어도 그건 돈이 되지 않거든.” 당시 저는 일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적분이나 미분을 배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구름 과자를 먹고 생활한다는 듯이 이야기했습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어떤가요?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쪼개어 커피, 제빵, 요즘에는 증류주와 와인을 학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취미 생활이 풍성해지고, 취미에 전문적으로 파고들수록 취미는 단순한 기분 전환의 시간이 아닙니다. 취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은 제2의 인생을 함께 보내는 기분이 듭니다. 글쓰기를 배우거나 온라인 학습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방송 대학을 수강하는 경우도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주경야독입니다.


지게차 학습은 어떤가요? 자산 관리사나 유통 관리사는 어떤가요? 현재 직업에 따라 기술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상물림이 지게차 자격증을 공부하고 실습한다면 어떨까요? 제빵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춘다면 어떨까요? 자산 관리사 자격증은 현재 하는 일과 관련이 없더라도, 이를 딴다면 어떨까요? 공급 측면에서 사치는 아닐까요?


경력이 끊겼을 때의 대응, 전혀 다른 산업군으로의 이직, 책상물림의 정년퇴직에 대한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진이 되지 않으면 40대 이상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퇴직 후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차리거나 치킨집을 여는 일은 이제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프랜차이즈가 본사만 돈을 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정보가 더 많아지면 다른 사실을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잘 알던 사장님이 최근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폐업했다고 합니다. 식당이 문을 닫은 이유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적거나 적자가 나는 경우가 많아서라는 것입니다.


공인중개사와 같은 직업도 요즘은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퇴직자들이 선호하거나 시작한 일들이 현재는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 책상물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사판에서 기술자의 보조를 한 경험이 없거나 전문성이 없다면 일을 잡기 힘들다고 합니다. 경험과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술을 익히고 실제 활용할 지식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출퇴근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현재는 필요 없지만 나중을 대비한 사치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고 전문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야근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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