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월급날이 되면 내가 꼭 하는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원두를 찾아내는 일이다. SNS나 관련 뉴스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원두가 있으면 구입한다. 그 원두로 모카 포트, 드립, 커피메이커,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 맛본다. 나는 커피를 진하게 마시니, 물의 양 * 0.055 = 원두(가루)의 양을 맞춰 모든 기구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추출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즐겨찾기’ 해 두면, 신보가 나올 때마다 Apple Music에서 알림이 온다. 신보를 받으면, 그 달의 플레이리스트에 전곡을 추가하고, 한 달이 지나면 202409, 202410, 202411 등으로 업데이트한다. 곡이 많아지면 임의 재생으로 듣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러 분위기의 곡들이 섞일 때 더 잘 들리기 때문이다. 듣다가 마음에 드는 곡은 ‘2024’라는 연도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두고, 다시 듣고 싶을 때 모아놓은 음악을 찾는다. 이 활동도 나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일종의 수집 활동이다.
지난번 박재범이 소주를 출시했을 때, 오랫동안 기다리다 드디어 구해 마셨던 기쁨이 생각난다. 또한, 보스턴 라거가 국내 출시되었을 때 정말 즐거웠고, 고급 사케를 맛보기 위해 몇 달 동안 용돈을 절약하기도 했다. 맛보는 일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잡지에서 소개된 와인을 어렵게 구해 첫 모금을 마셨을 때 느꼈던 그 만족감도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OTT 신작 알림을 받고 찜을 해 두고, 순서에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사실 영화, 책,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찜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라고 상상하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진짜 즐거움이다.
프랑스 파리 출장에서 처음 맛본 에스프레소 덕에, 이제는 집에서도 나 혼자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또, 영화나 시리즈의 원작 소설을 찾아 읽는 재미나,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배우가 있으면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찾아 감상하는 것도 나만의 즐거움이다. 이렇게 나의 즐거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찾고 조성하는 것이다.
벽을 하나 가득 채운 책장에 슬램덩크, 드래곤볼 같은 만화책을 한 권 한 권 모으고 읽던 시절도 있다. 지금은 대여와 전자책이 활성화되어 소장하진 않지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은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TikTok에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오래 보거나 좋아요를 눌러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숏폼 콘텐츠가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이런 즐거움을 알고 있었고, 그저 짧은 시간 동안 몰입하는 즐거움이 많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너의 즐거움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너를 집중시키고, 몰입하게 만드는 즐거움은 무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