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 자체가 작은 사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건을 실제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저 담아두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몰 덕분에 디지털 윈도쇼핑이 더 쉬워졌다. 나는 필요한 물건보다도 호기심이 가거나 평소엔 사지 않을 만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 그 안에서 작은 휴식을 찾는다.
가령, 장바구니에 넣어 둔 전기밥솥이 있다. 압력밥솥과 냄비로도 충분히 요리를 하고 있지만, 그 전기밥솥을 구매한다면 어땠을지 가끔 상상해 본다. 한 번씩 간편하게 전기밥솥 버튼을 누르고 밥이 완성되는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아직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지만, 그 상상 자체가 소소한 즐거움이다.
장바구니는 일종의 창고이자 실험실이다. 여기에 소고기 부위 모음 세트부터 로스터리 커피, 혹은 자동차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심지어 매일 무선 이어폰을 쓰면서도 가끔 유선 이어폰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사지 않더라도, 물건 하나하나가 일상 속 작은 호사로 자리 잡는다.
나는 때때로 내가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아둘지 생각해 본다.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빈티지 스타일의 노트북 받침대. 오래 타이핑하다 보면 손목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마치 타이핑 각도를 조절해 주는 작은 호사처럼, 이 받침대 하나로 글을 쓰는 환경이 훨씬 편안해질 것 같다. 당장은 없어도 불편함이 크지 않지만, 언젠가 이 물건을 구입해 타이핑의 여유를 누리면 어떨까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 두곤 한다.
텅스텐 볼펜. 평소 키보드로 글을 쓰지만, 가끔은 손으로 적는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묵직한 텅스텐 소재의 볼펜이라면 필기할 때의 그 손맛이 얼마나 꽉 찰지 기대가 된다. 이 볼펜은 무게감이 있어 장시간 쓰기엔 부담일지 모르지만, 한 번씩 꺼내 들어 몇 줄 써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휴식이 될 것 같다.
스마트 스피커. 글을 쓰며 조용한 배경 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스마트 스피커를 켜 두고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상상을 해본다. 구매할지 망설이면서도 내 공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그 소리를 떠올리며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미니 화분 세트. 작은 화분들이 내 공간에 녹색 생기를 더해 줄 수 있을까? 흙냄새와 잎사귀 하나하나를 보며 집중력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상상한다.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작업 공간 한편에 두고 돌보는 여유를 떠올리면서 미소 짓게 되는 품목이다.
이런 물건들은 현재의 삶에 딱히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장바구니 속에서 한 번씩 그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풍경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소소한 호사, 무게 없는 소유의 기쁨을 주는 물건들.
장바구니 속 작은 사치들은 내가 일상을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균형을 깨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작은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