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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Nov 01. 2024

주위에서 잠시 떠나는 사치

* Tony Reid, Unsplash


요즘처럼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눈을 감고 싶은 순간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정말로 잠을 자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잠시라도 불규칙하게 몰아치는 외부 자극을 피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잠깐의 눈 감기가 주는 효과는 그저 “쉼”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심리적인 “사치”와도 같은데, 눈을 감고 잠시 떠나듯 자신만의 내적 공간에 집중하는 행위가 주는 깊은 의미와 휴식 효과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조용한 환경에서 느끼는 잡념과 뇌의 특성


조용한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이상하게도 잡념에 빠져들곤 합니다. 이때 무수히 많은 생각이 고요한 공간을 가득 채우며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합니다. 마치 주위를 조용히 비워두었더니 오히려 그 자리를 잡념이 채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조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기보다는, 뇌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내며 자극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반응에서 비롯됩니다. 뇌는 본래 주변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얻어내며 활동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완벽히 조용해진 순간에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오히려 잡념을 만들어내려는 성향이 강하게 발현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특히 스트레스나 미처 정리되지 않은 걱정이 있을 때 더 강하게 작용해, 우리가 오히려 조용한 환경 속에서 더 산만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배경 소음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백색 소음, 자연의 소리, 혹은 가사 없는 음악 등은 주위의 불규칙한 자극을 차단해 주고, 적절한 규칙성을 제공함으로써 정신을 차분하게 유지하게 돕습니다. 백색 소음이 일정하고 패턴 없는 소리로, 불필요한 외부 자극을 막아주듯이, 우리는 일관성 있는 소리를 통해 정신적인 집중과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이 오히려 잡념을 불러일으킨다면, 이처럼 의도적으로 규칙적인 자극을 배경에 둠으로써 마음이 한 곳에 머물도록 돕는 것이 가능합니다.


깊은 집중과 몰입의 비결


또 다른 방법은 일을 작은 목표로 나누고, 시간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는 크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면서 오히려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이로 인해 산만함이 더욱 심해지거나 주의가 흐트러질 때도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정해진 시간 동안 그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포모도로 기법처럼 25분 동안 하나의 목표에만 몰두하고 잠시 쉬는 방식을 적용하면, 잡념이 끼어들 여유가 줄어듭니다.


이 짧은 몰입 상태에서 우리는 ‘흐름(flow)’이라고 불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몰입 상태는 작업에 온전히 빠져드는 순간을 의미하며, 이때의 집중은 오히려 긴 시간 동안의 집중보다 더 강력하고, 스트레스도 줄여줍니다. 이 몰입 상태는 결과적으로 일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가져다줍니다. 따라서 집중하고 싶은 순간에 잡념이 찾아올 때는, 한 가지 일에 짧게라도 깊이 빠져드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정신적 휴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잠깐의 눈 감기가 주는 심리적 사치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단순히 잡념을 없애기 위한 기술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마음과 몸이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끊임없는 불규칙적 자극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입니다. 눈을 감는 행위는 외부와의 단절을 뜻하며, 이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휴식을 제공합니다. 이때, 부드럽고 규칙적인 호흡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면, 마치 짧은 수면을 취한 것 같은 회복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깊은 심호흡은 몸과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잠들지 않고도 충분한 휴식을 준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하나의 사치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얻는 정신적 재충전


세상과의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그저 나만의 공간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며 조용히 숨을 고르는 일은, 단순한 쉼을 넘어 마음을 재충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불규칙한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눈을 감고 스스로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신적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에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 사치는, 우리가 더 큰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눈을 감는 사소한 행동이 불규칙한 세상 속에서 주는 깊은 안정감과 집중력, 나아가 내면의 평화를 찾는 순간임을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짧은 순간일지라도 나에게 집중하고, 주위에서 떠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사치가 결국 나의 일상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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