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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Jan 22. 2017

[16.05.21] 안녕, 스페인!

아름다운 세비야에서, 그리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



 어젯밤 환타와 콜라의 악몽에 오전 10시 30분 알카사르 입장을 포기한 우리-


그래서 체크아웃인 12시에 딱 맞춰 나가려고 11시 반까지 잤다. 꿀같은 늦잠! 짐을 맡기고 12시 10분쯤 숙소에서 출발했다. 오늘의 점심은 드디어 한국식당에서!!!!!

 열심히 20분가량을 걸어가야 했는데, 땀범벅이 되었다... 아침부터 너무 덥고요.. 1시에 도착한 식당에서 우리는 삼겹살 2인분, 공기밥 두 개, 환타 하나를 시켰다. (그러고보니 악몽을 겪고도 또 환타?)


 내부도 시원하고 깨끗하고, 밑반찬도 너무 맛있고 bgm까지 완벽했다. 어디 스페인 남부 세비야 어느 식당에서 로꼬, 딘, 크러쉬, 박재범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가게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한국에 있었다.

열심히 삼겹살을 구워먹고 엄청 배부른 채로 나왔다. 그리고 세비야 대성당으로!


생긴게 좀 다르긴 했지만, 반 년만에 보니 더욱 반가웠던 삼겹살










 세비야 대성당에 도착했고 뜨거운 햇볕 아래, 줄 서서 입장표를 샀다. 점점 성당이 햇볕 피할 곳으로 변질되는 느낌...(!) 들어가자마자 피곤하기도 하고 땀 식힐 겸 앉아서 쉬었다. 조금 후에 천천히 구경하기 시작했는데, 내부가 엄청 웅장하고 화려했다. 콜럼버스 묘지도 있었다! 네 명의 동상 어깨에 지탱되어 관이 공중에 붕 떠있는데, 죽어서도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그의 유언때문이란다. 그리고 왜 하필 세비야 대성당 안에 있을까? 이유가 궁금해서 한국가면 공부해보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래 기사와 같다. 참으로 자주 옮겨졌다. 그리고 내가 들은 '그가 떠있는 이유'는 와전된 이야기였다. 한참!)


글로벌이코노믹의 기사

[김경상의 세계문화유산탐방] 세비야 대성당 공중 위의 콜럼버스의 관 中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1607220749171998319_1/article.html


콜럼버스는 스페인 왕실의 후원으로 원하던 세계일주 항해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금, 은, 보화도 가져오지 못했고 항해를 마치고 관절염으로 투병 생활을 한다. 스페인 왕실은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 그를 차갑게 외면한다. 이에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고 싶지 않다며 그가 처음 발견했던 Hispaniola섬(현재 도미니카 공화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쳤다.


그의 유언은 36년 후 Hispaniola섬의 산토도밍고 성당에 안장되면서 실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795년 프랑스가 이 섬을 정복하고 그의 유해를 쿠바로 옮겨버린다. 1898년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다시 그의 유해는 세비야 대성당으로 오게 된다.


세비야를 번영의 도시로 바꾼 콜럼버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유언대로 그의 유해가 스페인 땅에 닿지 않도록 콜럼버스의 관을 스페인 왕들의 어깨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스페인 남쪽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던 세비야에 화려한 건물과 수많은 볼거리 그리고 번영의 흔적을 보려고 모인 관광객들 또한 없었을 것이다.)



천장을 잘 볼 수 있도록 바닥에 거울이 비스듬하게 세워져있다




 성당을 구경하고 나오니 햇살이 더 따가워 졌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살과 뼈가 다 녹을 것만 같은 강렬함이다. 너무너무너무 더워...




 오전에 포기한 알카사르를 보기 위해 겨우 표를 끊으러 들어갔는데, 예진이가  날린 표 다시 써보자고해서 물어봤더니 그 표로 입장을 시켜줬다...! 또 지불할 각오하고 나중에 간거였는데 행복했다. 알함브라보단 별로였지만 역시 예뻤다.


 천천히 둘러본 후 근처 맥도날드로 더위를 피하러 갔다. 3.9€ 콤보를 먹고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수다를 떨었다. 화장실도 가고 천국이다! 정말 스페인 여행은 너무 더워서 자꾸 더위를 피할, 시원한 곳을 찾게 된다.. 5월에도 이지경인데 7-8월은 어떨지 끔찍하다.

 예진이 여권 구경도 하고 재밌게 놀았다. 한 번은 한국인 남자가 와서 같이 앉아있어도 되냐고 물었지만 거절했다. 우린 고향친구에요...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거에요... 죄송하지만 그리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9시까지 있다가 나갈때 맥플러리 m&m 버전을 먹었다!!!!! 오레오말고 네 가지맛이나 더 있었어!!!! 정말 맛있다.







 이제 에스파냐 광장으로 야경을 보러 가려는데 강을 지날때 해가 질랑말랑하는 그 하늘이 너무 예뻤다. 디즈니 색감.. 해 지는 성스러운 주황빛... 을 뒤로하고 광장으로 갔지만 낮은 지대라 하늘이 잘 보이지않았다. 일몰보러 다시 거기 갈까.. 하며 아쉬워하던 찰나 점점 해가 완벽히 지고 어둠이 드리우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강가의 노을





 여기만한 야경이 없더군요.. 

광장엔 한국인들이 엄청 많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 그리고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도 보였다. (현지 사람인듯)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나는 영롱한 야경을 뒤로 스파이럴 자세를 사진으로 남겼다. 

 홀린듯 사진을 무지막지하게 찍어댔지만, 마지막으로 마음에 풍경을 담았다. 백장의 사진보다도 그 찰나의 내 감정을 오래 간직하는게 더욱 생생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곧 숙소에 짐을 찾으러 떠났다. 처음엔 싫었지만 정들었던 펜션 그라비나를 뒤로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눈 앞에 있어서 달려가서 탔다. 땀이 너무 나서 창가에 앉아 창문을 열고 쉬었는데 바람이 시원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11시 40분쯤 공항에 도착해 렌즈를 빼고 씻고 이 글을 쓴다. 살다살다 공항 노숙도 해본다...! 참 이래저래 다양한 경험 많이 했던 스페인 여행. 앞서 했던 여행들에 돈을 많이 써서인지 최저가로 여행하려고 발버둥쳤던 스페인 여행. 


 안녕 스페인! 좋은 추억 많이 안고간다. 엄마 아빠랑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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