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3개월
아이가 태어난 이후 가장 크고 격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화를 쏟아부었다.
트니트니 끝나고 기분 좋게 키즈카페 가서 잘 놀았다,라고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을 시간이었는데..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화가 나버린 걸까, 나는.
몇 번 아이에게
"오늘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오늘 너무 멋대로네?" 하긴 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라는 듯했다.
바로 다음 순간,
먹던 구슬아이스크림을 흘리지 않으려 더욱 집중해서 깔끔하고 이쁘게 먹더라니까.
그걸 보고 놀란 내가 "너무 잘하네~" 신통해하자
안도한 듯 과장되게 애교 부리는 표정을 하며 좋아하던 모습..
고성을 쏟아붓고,
그걸 온전히 받아낸 아이의 잠든 숨소리를 듣는 지금,
그 조금은 웃기게 일그러진 까불거리는 얼굴이 아프게 선하다.
'일행과 헤어지기만 해 봐.'
'사람 없는 곳으로 가기만 해 봐.'
'차만 타봐 어디- '
'기다렸듯 벼르고 벼른 화를 내질러버릴 테니까.'
'나 그럴 거야, 나 그럴 만 해, 그래도 돼.'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잡은 손을 점점 거세게 잡아당기며
지하주차장을 걸어가는 내내 속으로 되뇐 자기 정당화.
그리고 머릿속으로 그려온 장면들을 끝내 실현해 낸,
그 사나운 순간들.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뭐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야?"
"엄마가 너한테 이리 오라고 몇 번이나 불렀어?"
"다 듣고 다 알면서도 상관도 안 하고 너 하고 싶은 대로만 했잖아!"
"엄마 너무너무 기분 나쁘고 너한테 실망했어!"
"너랑 말도 하기 싫어!"
"너는 엄마 말 들은 척도 안 하면서 왜 엄마만 네 말 들어야 해?"
"싫어 안 해 나한테 말 걸지 마!"
아이는 평소처럼 징징대는 척 조차 못하고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엄마..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엄마.. 엄마아" 하며
제대로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졸릴 때가 되어서 잠든 건지,
감당 못하는 순간을 잠으로 피한 건지.
아이가 잠든 걸 룸미러로 확인하고 나니
흐르는 물에 씻기는 뜨거운 냄비처럼
내 안에 뭔가가 슈욱 꺼졌다.
그리고 이제 전방을 주시하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상하다.
이 말들은 분명 정당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이로서 아이다운 선에서 아이가 할법한 행동만을 했을 뿐이다.
심한 부분도 없었다.
더 놀겠다고 떼를 쓰거나 집에 안 가겠다고 드러눕거나 울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주 조금 눈앞의 상황에 정신 팔려서 꾸물적댔을 뿐이다.
아이가 나를 곤란하고 힘들 정도로 막무가내로 행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럼 나의 이 화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왜 와버린 걸까.
어제 새벽 하나만 더, 하나만 더 볼까 하며 늦도록 쇼츠를 본 탓인지 왠지 시야가 침침하다.
저녁식사 중, 사소한 걸로 기분 상해 대화를 멈추곤 지금까지 미묘하게 불편한 남편에게선 아직 문자 한 통도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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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헤어지고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즈음 왔을 때야 비로소 엄마의 달라진 공기를,
그제야 덜컥 감지하고 비비며 엄마엄마아 하던 모습,
점점 빨라지던 내 걸음을 다급하게 쫓아오던 잰걸음 소리,
엄마 미안해 화해하자 사랑해 애원하듯 말하던 목소리만 남았다.
견디기 힘든 자기 혐오감이 올라온다.
그리고 나도 잠이 쏟아진다.